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
로마에서도 12월 동짓날 즈음에 농경신을 위한 축제를 열었는데 선물을 보낼 때 호랑가시나무로 장식해 존경과 사랑을 전하는 풍속이 있었고, 집안에 이 나무를 심으면 재앙이 사라지고 기쁜 일이 생기며 마구간에 이 나무를 걸어두면 가축이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란다고 믿기도 했다. 영국의 작가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의 마법지팡이로 호랑가시나무를 사용한 것도 이러한 신성한 능력을 믿어온 풍습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호랑가시나무를 신성하게 여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음력 2월 4일 영등날, 호랑가시나무의 가지를 꺾어다가 정어리 머리를 꿰어 처마 끝에다 매달아 놓았다. 정어리의 눈으로 귀신을 보고 호랑가시나무의 가시로 귀신의 눈을 찔러 집안에 해악을 끼치는 잡귀를 물리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호랑가시나무는 뾰족한 가시가 있는 잎 때문에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호랑이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호랑가시나무 잎의 날카로운 가시를 이용해 등을 긁었다고 해서 호랑이등긁기나무, 가시가 호랑이 발톱처럼 무서워 호랑이발톱나무라고도 하며, 가시가 너무 억세고 단단해서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가시를 가진 나무라는 뜻도 있다. 영어이름은 성스러운 나무라는 뜻의 Hollywood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도 이 나무에서 따온 지명이다. 중국에서는 호랑가시나무의 가시가 늙은 호랑이의 발톱과 같다고 해서 노호자(老虎刺), 이와 반대로 어린 고양이의 발톱을 닮았다고 해서 묘아자(猫兒刺)라 부르기도 한다. 이외에 나무줄기가 개의 뼈를 닮았다고 해서 '구골(狗骨)이라 부르기도 한다.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떨기나무다. 전북 변산반도 이남지역과 제주도에 분포하며 해변 가까이에 있는 낮은 산의 양지쪽 기슭이나 하천변에서 자란다. 높이 2∼3m까지 자라고 나무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많이 나서 빽빽하게 수관을 형성한다. 잎은 가지에 어긋나게 달리는데 짙은 녹색으로 두꺼우며 윤기가 있다. 잎은 타원 꼴에 가까운 육각형 모양이며 각 모서리에 예리한 가시가 달려 있다. 우윳빛이 도는 꽃은 4·5월에 피는데 잔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진한 향기가 있다. 9, 10월에 붉은 색으로 열리는 열매는 둥글고 지름이 1㎝ 정도로 열매 속에는 종자가 4개씩 들어있다.
호랑가시나무는 탁월한 효능을 가진 약초로 다양하게 쓰여 왔다. 고혈압과 관절염, 골절, 골다공증 등의 치료에 효과가 크다. 잎과 수피에는 카페인과 사포닌 등 여러 성분이 들어 있는데 잎은 달여서, 수피는 술로 담가서 복용했다. 열매와 뿌리도 약으로 사용한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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