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보헤미안 랩소디와 음악감상실 '심지'

목동훈

발행일 2018-12-03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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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인근 신청곡등 '무제한 감동'
사회생활 시작한 후 폐점했다는 소식
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서 문득 떠올라
사람들 몰리는 '음악도시 인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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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에 '심지'라는 음악감상실이 있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4층과 5층에 귀청이 떨어질 듯한 사운드로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어둑한 분위기의 방이 나온다. 계단 벽면에는 보컬·기타리스트·드러머 등 록그룹 멤버를 구하는 글이나, 특정 뮤지션의 음악감상회를 공지하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늘 5층에 자리를 잡았다. 4층은 팝, 5층은 록 그룹 뮤직비디오 등 헤비메탈을 틀어줬다. 심지는 극장식 음악감상실이었다. 앞쪽 중앙에 대형 스크린이 있고, 오른쪽에는 VJ 부스가 있었다. 쿠션이 푹 꺼진 검은색 인조가죽 소파에 앉아 하얀색 종잇조각에 신청곡을 적는다. 그 쪽지를 VJ 부스 앞 바구니에 넣고서 자리로 돌아와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 VJ 부스 안에는 밝은 빛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내는 투명한 유리공 모양의 '플라스마 볼'도 있었다. 고등학생이었던 90년대 초반 일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유튜브 등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심지에서 보통 4~5곡을 신청했는데, 신청한 곡이 모두 나오면 '운 좋은 날'이다. 심지는 입장료가 비싸지 않았다. 시간 제한 없이 뮤직비디오를 맘껏 볼 수 있으니 행복이 따로 없었다.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간섭받을 일이 없다는 게 극장식 음악감상실 심지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서울에는 음악감상실이 많았는데, 대부분 음료수를 시키고 테이블에 앉는 방식이라 비싸고 오랜 시간 있기에 눈치가 보였다. 용돈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아침 일찍 심지에 들어가 해 질 무렵 배고픔에 어쩔 수 없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한 곡이라도 더 듣고 싶었던 마음에 이제 그만 나가자고 조르는 친구를 붙잡았던 기억도 난다. 그런 친구가 귀찮아 혼자 심지를 간 적도 많았다.

심지는 각별하다. 경기도 광명시에 살 때인데, 나에게 인천의 첫 만남은 심지였다. 그 유명한 월미도보다 심지를 먼저 만났다. 주말 아침이면, 서울 개봉역에서 경인전철에 몸을 실어 동인천으로 향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전동차 밖 풍경을 보면서 말이다. 심지에서 동인천역으로 가는 길에는 레코드숍이 있었다. 아껴둔 용돈으로 록 그룹의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듣곤 했다. 록 음악과 경인전철 밖 칙칙한 풍경은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인천에서 시작하게 된 후 심지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을 때 안타까움이 컸다. 심지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릴 적 무척이나 넓게 느껴졌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성인의 눈에는 좁게 보이는 것처럼, 심지의 초라한 모습에 환상이 깨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영국 록 그룹 '퀸'과 전설이 된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심지에 대한 추억을 소환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열정적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볼 때, 심지가 떠올랐다.

매년 여름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열린다. '트라이포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1999년 첫 공연까지 치면 벌써 14회가 됐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앞두고 인천지역 라이브클럽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이 이어진다. 부평구는 부평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송도국제도시에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 '아트센터 인천'이 개관했다. 2013년 인천시가 펜타포트 음악 축제를 중심으로 인천을 음악도시로 육성하겠다고 선포한 적이 있다. 경인전철을 타고 인천 심지를 찾았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듣기 위해 몰리는 '음악도시 인천'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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