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러브마크(Lovemark)

이진호

발행일 2018-12-1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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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판단 뛰어넘는 충성도의 브랜드
기술력과 감동적 메시지 더해진 단계
애플 아이폰·할리데이비슨이 대표적
국산 보기 힘든 이유 '존경' 못받기 때문


이진호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은 유난히 동호인 모임이 많다. 호그(HOG:Harley Owners Group)라고 불리는 동호회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인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할리'에 열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그족은 미국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도 꽤 익숙하다. 일부 열성 팬들은 자신의 몸에 할리데이비슨 제품이나 상표 문양을 새겨 놓을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할리데이비슨처럼 높은 소비자의 충성도를 가진 브랜드를 '러브마크(Lovemark)'라고 한다. 이는 소비자로부터 '이성적 판단을 뛰어넘는 충성도'를 획득한 브랜드를 뜻하는 말로 2004년 영국의 광고회사 사치앤사치 CEO인 케빈 로버츠가 주창한 개념이다.

러브마크를 구성하는 존경과 사랑의 크기로 구분해보면 4가지 유형과 단계로 나뉜다. 제일 낮은 단계가 존경과 사랑이 없는 '일회용품', 두 번째가 사랑만 있고 존경이 없는 '유행 상품', 세 번째는 존경은 받는데 사랑이 적은 '명품', 마지막으로 최고의 단계인 존경과 사랑을 모두 받는 '러브마크'라고 한다.

명품이 소비자들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대중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인의 기술력과 좋은 소재로 만들어지는 명품의 가치는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비싼 값을 주고 힘들게 구한 명품이라고 자랑만 하면 천박하다는 얘기를 듣기 쉽다. 반대로 사랑은 받는데 존경을 받지 못하는 유행상품은 사랑이 식으면 그 대상이 수시로 바뀐다. 기능적 편리를 쫓는다면 대치품은 얼마든지 있다.

케빈 로버츠는 한 인터뷰에서 러브마크의 또 다른 예로 애플사의 아이폰을 꼽았다. 애플의 아이폰은 '지속적인 혁신'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변화와 혁신의 일생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도전과 혁신을 꿈꾸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소비자들도 애플의 제품을 신뢰하면서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이 만들어 내는 휴대폰 중에서 세계적인 러브마크가 있나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제품에 대한 사랑은 넘치는 것 같은데 존경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하기가 어렵다. 첨단 기능과 편의성에만 치우쳐 있는 느낌이 강한 데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는 감동이 약하다는 평가다.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를 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최고의 브랜드는 효율성, 편의성, 창의성, 역사,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전통과 역사, 감동적인 스토리(메시지)가 더해지면 러브마크가 된다. 예를 들면 '예술가들이 사랑한 전설의 수첩', '세계 최고 7성급 호텔이 선택한 연필', '실용 디자인으로 철학이 빛나는 의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접이식 칼' 등이다.

일본 아오모리현 사과는 기대와 희망을 대표하는 과일로 유명하다. 어느 해 이곳에 태풍이 심하게 불어 사과 수확량이 크게 떨어졌다. 한 과수원 주인은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며 백화점에서 비싼 가격에 내놨다. 마침 대학 입시를 앞둔 시기여서 태풍을 견뎌낸 사과라는 얘기에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날개돋친 듯이 팔렸다. 아오모리현 사과를 먹으면 시험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의 스토리가 러브마크가 된 셈이다.

사용자가 가치를 인정하고 애정을 보일 때 브랜드의 생명력이 길어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브랜드가 2019년도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러브마크 중에서 우리 것을 찾기 힘든 이유는 관심과 사랑은 받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유행상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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