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송구영신'은 드뷔시와 함께

김영준

발행일 2018-12-13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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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사 큰 획… 올해 '서거 100주년'
당대 미술·시 경향 작곡 자양분으로 사용
'낡은 음악' 거부 자신만의 양식 만들어 내
신년, 교향시 '바다 위의…' 들어보길 추천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인상주의 음악의 선두주자이자 완성자'로 서양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C. A. Debussy·1862~1918)의 '서거 100주년'인 올해가 저물고 있다.

메이저 음반사들은 지난해부터 기념 음반들을 출시해 위대한 작곡가를 추억했으며, 그에 따라 라디오 방송에선 드뷔시의 작품이 자주 선곡됐다. 국내 연주단체와 연주자들로 구성된 모임들도 추모 음악회를 열고 드뷔시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인천에선 그에 관한 연주회가 없었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올 한 해 동안 '작곡가 시리즈'를 이어갔는데, 정작 드뷔시는 다루지 않았다. 예술감독의 부재(지난 10월 이병욱 예술감독 부임)에 따라 객원 지휘자제의 운영으로 인해 적극적 기획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며, 글로 나마 드뷔시를 조명해 본다.

19세기 말 프랑스에는 미술의 인상주의와 시의 상징주의 경향이 활발히 일어났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물과 대상을 보이는 대로 정확하게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빛'에 따라 달라지는 순간을 표현했다. 때문에 '인상. 해돋이'로 유명한 모네는 같은 성당의 그림을 아침, 점심, 저녁의 각기 다른 빛 속에서 그렸다고 한다. 인상주의 작품에서 틀 잡힌 구도나 대상물의 형태, 그림의 메시지 등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꿨던 드뷔시는 당대 미술과 시의 경향을 작곡의 자양분으로 사용했다. 최초의 인상주의 음악인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1894년)은 드뷔시의 개성적 양식을 확립한 출세작이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말라르메가 쓴 시 '목신의 오후'의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20세기 초반 프랑스에서 문학사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한 랑송은 말라르메에 대해 이와 같은 언급을 했다. "기존의 문장 구성법을 깨뜨려 그 문장들에 얽혀있는 일상적 관념과 연상을 떼어 버린다. 이를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사물의 이상화된 개념을 암시하게 될 것이다."

당시 말라르메의 집에선 예술가들의 모임이 종종 열렸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드뷔시는 음악에서도 정해진 규칙과 화성에서 벗어나 감각을 표현했다. '화성은 장음계와 단음계에 기초하며, 그 유기성은 5도 하행하는 중심음(근음) 진행에서 생긴다. 이끔음(Leading Note)과 불협화음의 해결은 화성의 유기성을 강화한다.' 조성 어법에서 근간이 되는 요소들이다. 주로 18~19세기 서양 고전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긴장과 이완 등 감각적 측면에서부터 주제의 제시와 전개, 절정, 해소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 작품의 구조에도 관여하는 것들이다.

드뷔시는 이러한 요소들과 결별한다. 대신 옛 중세 선법과 5음음계, 온음음계,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접한 자바음악 등 서양의 장단조와는 다른 음계로 대체한다. 앞서 제시한 랑송의 말라르메에 대한 언급을 드뷔시에 관한 것으로 대체한다면 "기존의 장단조에 기반한 음악 구조를 깨뜨려 그 음악들에 얽혀있는 일상적 관련과 연상을 떼어 버린다" 정도가 될 것이다. 뻔한 연상을 일으키는 '낡은 음악'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음악 양식을 창안한 것이다.

19세기 음악의 정점에 있는 바그너는 음악과 연극, 이야기를 하나로 결합한 자신만의 예술을 펼쳐 보이기 위해 조성음악의 표현력을 극한까지 활용했다. 이어진 드뷔시의 시도는 20세기 초반에 의식적으로 무조성을 추구하며 새로운 음악을 찾으려는 사조의 출현을 이끈다.

2019년 신년 해맞이는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1905년) 중 첫 곡인 '바다 위의 새벽부터 정오까지'를 들으며 해와 바다의 빛과 기운을 한껏 받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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