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작약도의 운명

한때 전국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았지만
어느 개인에게도 소유 허락하지 않은 섬
인천시, 해양 친수공원으로 조성 청사진
'작지만 커다란 공공재'로 쓰일 운명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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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면서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가장 많이 간직한 섬을 꼽으라면 단연 인천의 작약도(芍藥島)가 아닐까. 해방 이후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이 섬을 소유하려 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서 오히려 자신이 망하고 말았다. 서구세력의 한반도 침략 시기, 그 풍랑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섬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면 기구하고도 사나운 팔자라고 할 수 있다. 작약꽃처럼 생겨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는데 실제로 보면 생김새가 꼭 작약 같지는 않다. 원래 이름은 물치도(勿淄島)였다고 한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1919~1975)도 작약도에서 시를 쓰고는 했던 모양인데 작약도에 작약꽃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작약꽃 한 송이 없는 작약도에/소녀들이 작약꽃처럼 피어.//갈매기 소리 없는 서해에/소녀들은 바다의 갈매기.' '한국문학' 1977년 6월호에 실린 한하운 시인의 '작약도-인천여고 문예반과'란 제목의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개인 혼자서 소유하기엔 벅찬 물건이 있다. 그걸 흔히들 공기(公器)라 한다. 공공의 기관도 그렇고, 자연유산도 그렇다. 덩치의 크고 작음에 따라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이해와 직결되거나 역사적으로 긴요한 역할을 해 왔을 때 그것을 누구 혼자서 독차지할 수는 없을 터이다. 작약도의 소유권 변동을 훑어보면 그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대개의 섬이 그렇듯 작약도 역시 국가 소유였다. 영종진(永宗鎭)에 땔나무를 공급하던 수목지였다고 한다. 일제시기에는 스스기라는 일본인의 소유가 되었다. 처음으로 개인에게 넘어간 거였다. 해방 후 이종문이라는 사람이 이 작은 섬에 살면서 고아원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는데 6·25 전쟁으로 폐쇄됐다. 전쟁이 끝난 뒤 성창희라는 이가 불하받았다가 문제가 되었으며,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가졌다가 한보가 부도가 났다. 1996년 인천의 해운업체 원광이 소유해 해상 관광단지를 건설하려다가 원광이 부도가 났다. 2011년에는 진성토건이 매입해 개발 구상을 발표했으나 진성토건 역시 망하고 말았다.

향토사가 이훈익(1916~2002) 선생의 '인천지명고(仁川地名考, 1993년)'에는 인천의 주요 관광지 12곳을 싣고 있는데, 그중에 작약도가 들어간다. 자유공원, 수봉공원, 월미도, 연안부두, 작약도, 송도유원지, 소래포구, 화도진공원, 율도, 삼목도, 을왕리해수욕장, 무의도해수욕장 등 12곳이다. 25년이 지났을 뿐인데 송도유원지와 율도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작약도 역시 오가던 뱃길이 끊긴 지 오래다. '인천지명고'는 작약도의 지명 변화와 소유권 변동 사항을 설명하면서 "(지금은) 그 경관과 피서지로서 경향각지에서 관광객이 수없이 찾아들고 있다"고 했다.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유명했다니 그때 인천에 살지 않았던 사람 입장에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인천시가 마침 주인 없는 섬 작약도를 해양 친수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진성토건 채권단 손에 넘어가 있는 섬을 2020년까지 매입해 친수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게 인천시 구상이다. 행정구역상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 속해 있는 작약도는 공유수면 4만9천615㎡, 육지면적 7만2천924㎡ 총 12만2천538㎡ 규모다. 작약도는 1866년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식으로, 1871년 신미양요 때는 미국식으로 불렸다. 작약도는 이미 국제적으로 이름이 날 만큼 난 섬이다. 작약도는 이훈익 선생이 책을 낼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관광객이 수없이 찾아들었다는 섬이다. 앞으로 다시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작약도는 그러나 어느 개인에게는 소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작지만 커다란 공공재로 쓰이는 게 작약도의 운명이 아닌가 싶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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