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3101002104800101312

봄날 아침도 아니고

여름, 가을, 겨울,

그런 날 아침도 아닌 아침에





빨간 꽃이 피어났네,

햇빛이 푸른데,



그 전날 밤에

그 전날 밤에

모든 것이 마련되었네,



사랑은 뱀과 함께

독은 어린 꽃과 함께.

윤동주(1917~1945)

권성훈 교수(201807사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태초에 시간이 있었다. 꽃이 피듯이 시간이 개화되는 순간 그 전에 없었던 것이 생겨났다. 그것은 시간이 공간과 만나 이른바 시공간으로 작동하면서 세계에 있는 이 모든 것, 모두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있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 없음에서 있음으로 열려있는 무한한 세계로의 시간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태초의 아침'은 '봄날 아침도 아니고' 또한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도 오지 않은 그야말로 태양이 최초로 비춘 '그런 날'이며 전에는 없던 '아침도 아닌 아침'이 도래한 날일 수밖에 없다. 이런 날은 '그 전날 밤에' 없었던 '빨간 꽃이 피어'나듯 태양이 솟아났는바, 마치 신의 섭리와 같이 "그 전날 밤에/그 전날 밤에" 그렇게 '모든 것이 마련'된 것. 다만 빛과 어둠이 공존하듯 사랑에는 달콤한 독의 유혹이 어린 꽃처럼 가부좌를 틀고 있는, 바로 오늘이 순백의 그런 날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