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한고려인협회 차 이고리 인천지부장

잃어버린 고국의 문화와 언어 되찾아줄 것
대한고려인협회 차 이고리 인천지부장
차 이고리 지부장은 "장애나 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려인 같은 약자들도 도와줄 수 있도록 내실을 갖추면서 단체를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kyeongin.com

우즈베크서 태어나 작년 국내 정착
문화원 교회건물 빌려 사용 어려움
"권익 보호… 지자체·정부 지원을"


한국 거주 고려인이 중심이 되는 대한고려인협회가 지난달 12일 설립됐다. 대한고려인협회는 인천, 안산 등 6개 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국내 체류 보장 등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다.

국내에서 고려인이 많이 정착한 지역 중 하나인 인천에서는 차 이고리(40·한국이름 차인호) 인천 고려인문화원 공동운영위원장이 초대 인천지부장으로 선출됐다.



차 지부장은 "초대 지부장으로서 잘 해내야겠다는 부담이 크다"며 "인천에 살고 있는 고려인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지부장은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다. 할아버지가 러시아 연해주에 정착했지만, 가족들은 1937년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 당했다.

어린 시절 그에게 한국은 '미지의 조국'이었다. 한국의 언어, 문화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그런 차 지부장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생 때 한국어 동아리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동포들과 함께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면서 '내 나라의 언어와 문화가 이렇게 멋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차 지부장은 1997년 우즈베키스탄 한국교양원을 통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2주 동안 머물면서 경북 경주와 서울 경복궁 등을 다니며 고국을 체험했다.

국립국제교육원에서 다도(茶道)를 배우고, 거문고·가야금과 같은 전통악기를 보는 등 새로운 문화를 배우면서 한국에 매료됐다.

그는 "2주간 한국을 다니면서 언젠가 조국에 정착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혼자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을 오가다가 아내, 자녀와 함께 지난해 8월 정착했다"고 했다.

차 지부장은 고려인들의 잃어버린 문화와 언어를 되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에서 융화하며 살아가기 위해 언어와 문화는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기 위해서 고려인 문화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현재 인천 고려인문화원은 별도의 공간 없이 교회 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그는 "고려인들은 문화원에서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지만 공간을 빌려 사용하다 보니 장소도 협소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 지부장은 마지막으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고려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지역 지부장으로서 인천에 사는 고려인들이 잘 정착하고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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