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재래시장, 전통시장

이진호

발행일 2019-01-1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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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변경되면서 '전통'으로 이름 바뀌어
지자체 관심 부족… 상인 겪는 고충 무거워
문학경기장내 대형할인매장 전대계약 논란
市·SK와이번스 책임 전가… 사태 더 커져


이진호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얼마 전 우연히 인천의 한 전통시장 상인 대표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재래시장'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문을 꺼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려는데 상인 대표한테 "재래시장이라 하지 마시고, 전통시장이라고 해주세요. 언론에 계신 분이 자꾸 재래시장이라고 하시니…"란 지적을 받았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재래시장'과 '전통시장'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얘기를 나누면서도 '재래시장'이라는 표현이 계속 튀어나왔다. 상인 대표는 그럴 때마다 '전통시장'이라고 지적했고, 그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부동산 용어사전을 찾아보니 "전통시장은 상업기반시설이 오래되고 낡아 개수, 보수 또는 정비가 필요하거나 유통기능이 취약해 경영 개선 및 상거래의 현대화 촉진이 필요한 장소를 말한다. 전통시장은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변경되면서 종전의 재래시장이 변경된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그것도 2011년 5월에 정해진 것이라고 하니 무려 8년 가까이 전통시장을 재래시장이라고 떠들고 다닌 셈이다. 핀잔이 아니라 야단을 맞아도 시원치 않겠다 싶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전통시장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인 대표는 "가게에 최소 2명의 종업원을 써야 하는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다 보니 직원 1명을 줄이고, 모자라는 인력을 가족들이 나와 대신하고 있다. 이러다가 1년도 못 가서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는 하소연부터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쏟아냈다. 오랜 세월 전통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 대표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상인 대표는 전통시장 시설을 현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형할인마트에 비해 주차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경우도 많은데, 정작 찾아오고 싶어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못 오는 손님도 많다는 것이다. 상인과 고객의 안전을 위한 화재예방 정책과 시설 지원에 대해 시나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도 터무니없이 적다고 했다. 전통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상인들이 겪는 고충은 평소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무거웠다.

새해를 맞아 인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저마다 신년사에 '지역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경제 살리기는 매년 되풀이되는 단체장 신년사의 단골 메뉴다. 그만큼 먹고사는 게 중요한 얘기라 중요하게 다루는 정책이지만, 실제로 지역경제를 얼마나 살렸는지 얼마나 활성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얘기하는 단체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인 대표는 "선거철이면 정치인들 너나 할 것 없이 전통시장을 찾는다. 이것저것 물건값을 물어보고 상인들과 함께 홍보 사진을 찍고 관심을 두는 척하지만 당선되면 고맙다고 찾아오는 정치인들은 열의 한 명도 안 된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관리를 맡고 있는 인천문학경기장 내에 경북 영주시 생산자연합이 대형할인매장 전대계약을 맺어 논란을 빚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전대계약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고, 시가 계약 해지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영주시 생산자연합 측은 매장 개장을 강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SK와이번스가 시정명령을 이행할지 이의를 제기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고, SK와이번스 측은 불법 여부,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한 후 대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애초에 잘못된 계약이었음에도 인천시와 SK와이번스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할인매장 개장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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