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전 코치 사건,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가천대 길병원 특강

박경호 기자

발행일 2019-01-11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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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연장선' 이해… 신고 못해
'가해자 처벌 여전히 쉽지 않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폭로로 촉발한 빙상계 성폭력 파문은 전형적인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이라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0일 오후 가천대 길병원 가천홀에서 범죄피해 트라우마 통합지원기관인 인천스마일센터가 '아동·청소년 성폭력'을 주제로 개최한 특강에 강사로 나서 "심석희 선수 사건은 코치의 폭력을 훈육과정으로 이해하다가 성폭력까지 이어져도 신고하지 못한 그루밍"이라고 분석했다.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관계나 신뢰관계를 쌓아 심리를 지배한 뒤 성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이는 성범죄다.

심석희 선수가 17세 때부터 수년간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또 다른 현직 선수들이 오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빙상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겠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심 선수는 국제적인 스케이트 선수로 인정받고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 아주 어려서부터 코치의 부당한 폭력을 견딜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교육의 연장선에서 참아야 한다고 정당화하는 과정이 있었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성폭행을 본인이 감수해야 하는 다양한 폭력 중 하나라고 이해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재범 전 코치가 폭력을 동원해 선수와 신뢰관계를 형성했다고 봤다. 미성년자인 선수가 부모와 떨어져 합숙생활을 하면서, 코치가 가족보다 더 선수의 안위를 보호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애착을 갖도록 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그러한 결속력이 성폭력을 신고하지 못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운동선수 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초·중·고교에서 성교육을 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교육여건이 이번 사태를 키운 주요 요인이라는 진단도 했다.

피해자와 신뢰관계인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심석희 선수 사건은 법정에서 피고인 측이 왜 그때 신고하지 않았느냐, 피해자 진술밖에 없는데 신빙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고 주장할 것"이라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못지 않게 첨예하게 다툴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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