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진 칼럼]약속

홍창진

발행일 2019-01-22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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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연결하는 끈과 같아
지키면 이어지고 안 지키면 끊어져
세상의 모든 약속은 경중이 없어
평생 같이 살 사람 잃지 않는 행위
나 먼저 반드시 지키는 사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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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약속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키면 이어지고 안 지키면 끊어지는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은 쪽은 충실히 지키려 하고 관계를 지속하건 안 하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쪽은 약속을 소홀히 합니다.

인간관계는 일을 하면서 생기기도 하고 일상의 사교를 하면서 생기기도 합니다. 일은 자연스럽게 갑과 을이 형성됩니다. 보통 갑은 약속을 어겨도 용서가 된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을은 갑의 약속 불이행으로 관계를 끊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약속을 잡고 그것이 이행되기를 기대합니다. 사교는 갑과 을이 없습니다. 따라서 약속의 불이행은 머지않은 시기에 관계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일이든 사교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는 지속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절교를 선언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는 사람 명단에 있을 뿐, 의미 없는 인사만 나누는 사이로 먼발치에 둡니다. 그가 아무리 갑이라도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은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연극인들 식사 모임에 초대되어 회식을 하던 중에 어떤 청년이 자신이 천주교 신자라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이제 연기를 시작한 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1년도 지난 일이라 잊고 지냈습니다. 그는 얼마 전에 문자로 신년 인사드리고 싶다고 날짜를 달라고 해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날 밤 급한 오디션 하나가 생겨서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약속도 못 잡았는데 그리고 그 약속에 맞추어 다음 약속의 동선도 맞추어 놓았는데 다 흐트러지게 되었습니다. 신인에게 오디션은 중요한 일이고 본인이 생각할 때는 약속을 파기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OK, 파이팅"이라는 답신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청년이 다음에 또 약속을 잡자고 하면 잡지 않을 것입니다.

소중한 것은 사람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도 지나고 보면 소중한 사람들 때문에 연결되고 그 신뢰 때문에 만들어집니다. 누군가를 소중히 생각하고 그가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확신은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이고 기쁨입니다.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신뢰는 좋은 일을 도모하게 되고 함께한 일에 대한 결실도 좋게 됩니다.

약속은 사람하고 하는 것이지 일의 가치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흔히 약속을 취소하는 이유가 일에 대한 가치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순간 사람은 사라지고 일만 남습니다.

국가의 수장들도 국가의 명예를 걸고 약속을 하고, 정치인도 국민과 약속을 하고, 조그만 조직에서도 리더와 구성원이 약속을 합니다. 가족들끼리도 약속을 하고, 연인들끼리도 약속을 하며 친구들끼리도 약속을 합니다. 세상의 모든 약속은 경중이 없습니다. 모두 귀중하고 존엄합니다. 왜냐하면 약속은 존엄한 인간들끼리 하는 존엄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선약을 해놓고 다음 약속이 자기 기준으로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선약을 취소하는 행위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인간이 인간에게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세상에 지키지 못하는 약속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 합니다. 사람을 차별하여 생각하거나 지나친 욕심으로 사람보다는 일을 우선으로 택하기 때문에 약속을 못 지키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와 가족의 급한 병환이나 급한 업무 등 상대가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까지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는 일은 평생 같이 살 좋은 사람들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행위입니다.

따라서 우선 본인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래서 이웃에게 존중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절대 믿지 마십시오. 그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자존감도 없는 사람이고 누구를 존중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사람과 이별하세요. 그리고 믿을 만한 사람들과만 인연을 맺고 살아가십시오. 좋은 사람들과만 살기에도 짧은 인생입니다.

/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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