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
모감주나무는 불교와 아주 인연이 깊은 나무이다. 가을에 꽈리같이 생긴 열매가 벌어지고 3개의 까만 씨가 달리는 모감주나무는 이 씨로 염주를 만들어 염주나무라고도 불렸다. 검은빛을 띠는 콩알만 한 크기의 씨는 만지면 만질수록 더욱 윤기가 나고 돌처럼 단단해지기 때문에 큰스님들의 염주에 주로 사용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모감주나무 씨를 금강자(金剛子)라고도 하는데 금강석같이 단단하고 변치 않는 특성을 지녀 불가에서 도를 깨우치고 모든 번뇌를 깨뜨릴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모감주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옛날 중국 선종의 중심 사찰인 영은사 주지의 법명이 '묘감'이었고, '묘각'은 불교에서 보살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경지에 도달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인데 여기에 구슬 '주(珠)'를 붙여 '묘감주나무'와 '묘각주나무'로 불리다가 모감주나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학식과 덕망이 높은 선비가 죽으면 무덤가에 모감주나무를 심어 선비의 기개를 기렸다고 해서 양반나무로도 불렸다.
모감주나무의 꽃은 봄이 아닌 6∼7월경에 피는데 짙푸른 녹음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곧추선 긴 꽃대에 꽃이 촘촘히 피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빛을 자랑한다. 이 꽃이 가지에 달려 있을 때에는 황금빛 빗방울 같고, 지면서 나무 아래에 쌓인 꽃은 마치 황금비가 내린 듯하다. 그래서 모감주나무는 영어로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이다. 이름 그대로 황금빛 비가 내리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도 장마를 예보하는 나무로 예로부터 모감주나무 꽃이 피면 장마가 든다는 속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모감주나무 꽃잎은 4개로 선상 긴 타원형이며 모여 있다가 뒤로 젖혀져 그 안쪽이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손톱에 남은 봉숭아물처럼 그 모습 또한 예쁘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어긋나게 달리는데 1회 깃꼴겹잎으로 작은 잎은 달걀모양이고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불규칙하게 있으며 가장자리는 깊이 패어 들어간 모양이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넓은 잎 작은 키 나무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과 중국, 일본의 해안가 산지와 양지바른 바닷가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모감주나무의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자생하는 곳을 볼 때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원산인 고유 식물종으로 보고 있다. 포항 동해면 발산리, 완도 대문리나 태안 안면도 등의 모감주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경북 안동 송천동의 모감주나무는 나이가 360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최고령이며 높이 11m, 줄기둘레 1.5m로 가장 커 경북기념물 50호로 지정되어 있다.
모감주나무의 꽃과 잎은 염료로 사용했고, 종자는 열을 내리고 가래를 제거하며 음식을 먹고 체한 것을 낫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한방에서는 꽃을 따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눈병이나 간염, 장염 등을 치료할 때 약재로 이용했다. 그러나 평소에 맥이 약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모감주나무는 활용 가치가 높아 주목할만한 나무다. 피는 꽃이 적은 7월경에 꽃이 피고 꽃피는 기간도 길기 때문에 정원이나 공원에도 많이 심고, 특히 공해에 강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도심의 가로수로도 심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에도 가로수로 심어 유명세를 타는 곳이 있다. 그뿐 아니라 모감주나무는 꿀 생산이 많아 밀원식물로도 아주 좋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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