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SKY캐슬'의 언어적·비언어적 폭력성과 배양효과

김정순

발행일 2019-01-23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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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고공행진 중 종편채널 드라마
부·명예 물려주고픈 일그러진 욕망
잦은 폭력적장면·가치관 왜곡에도
시청자 비판보다 공감 압도 놀라움
현실과 동일시 현상 경각심 요구돼


수요광장 김정순2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SKY캐슬'이라는 드라마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연일 자체 시청률을 갱신하더니 지난 주말에는 21.3%를 기록했다고 한다. 실은 필자도 인기에 동참해서 매회 열심히 시청한 터라 대단한 기록 경신에 한몫했다.

'SKY캐슬'은 고급스러운 동네에 살면서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이들과 그 자녀들이 겪는 입시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극 중 부모들은 자녀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기 위해 그야말로 안간힘을 쓴다. 자녀를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악행을 일삼는다. 한마디로 일그러진 욕망을 다루고 있다. 폭력적 장면도 많다. 첫 회부터 서울대 의대에 아들을 합격시킨 극중 인물 영재 엄마가 엽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은 매우 자극적이다.

'아갈머리를 찢어버린다'며 극중 예서 엄마, 곽미향(엄정화분)이 주변 사람들에게 내뱉는 말마디는 섬뜩하다. 이 짧은 대사가 매회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그때마다 매번 깜짝 놀라게 된다. 어떤 욕설보다도 더 폭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언어적 비언어적 폭력 장면이 넘쳐난다. 마치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지 못하면 살 가치가 없는 것처럼 가치관의 왜곡도 난무한다. 철학책을 읽고 토론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력만 뛰어나면 그만이라는 극중 전교 일등 예서의 왜곡된 해설과 주장이 당연한 것처럼 지지받는다. 특히 로스쿨 교수라는 사람은 자녀들에게 피라미드 꼭대기를 강요하며 보이는 집착적인 행동은 가히 코믹적이다.

극에 등장하는 청소년 중에서 가장 반듯한 인성을 가진 우주는 살인범으로 몰린다. 불평등과 폭력이 난무하는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미디어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사뭇 궁금했다. 어쩌면 궁금증보다는 우려스럽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미디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이용 흔적이 나타나게 된다. 이 때문에 미디어 영향에 관심을 갖고 주의해야 한다. 미디어 효과 이론 중에 배양효과 이론이 있는데 주로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하는 이용자일수록 매체가 보여주는 방식이나 상에 따라 현실을 구성한다는 논의를 다루고 있다.

요약하자면 텔레비전이 만들어내는 왜곡된 이미지나 상이 이용자에게 배양되어 현실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관점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 점이 폭력적인 방영물에 대해 우려를 낳은 이유이다. 필자의 직업병적 촉과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실은 묘하게 나타났다.

우선 이 드라마에 대한 비판보다는 공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현상에 놀랐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를 닦달하고 몰아붙이는 드라마 속 부모들에 대해 그 마음 안다며 그게 다 자식을 위한 일 아니겠냐는 공감 글이 커뮤니티에 도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입시제도 문제를 겪어 본 필자 입장에서 자녀 입시로 시달리는 부모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드라마의 폭력성을 비판하기보다는 공감이 압도적으로 많다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 드라마를 시청한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미디어 배양효과가 제대로 나타난 것 아닐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양효과에는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하는 이용자들은 현실 관점이 흐려진다고 한다.

즉 미디어가 보여 준 폭력이나 어떤 상을 사회적 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배양효과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SKY캐슬'이라는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관점이 흐려져 드라마 속 부모들의 비정상적인 욕망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오히려 공감하면서 현실을 드라마와 동일하게 인식하는 것인지.

미디어 배양효과 이론은 어느 면에서 한계를 지적받기도 하지만 매체에서 보여주는 폭력성이나 제시하는 상이 이용자들에게 배양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를 많이 접하는 사람일수록, 매체에서 재현하고 있는 모습이 현실과 흡사하다고 믿는 경향, 바로 이 점 때문에 미디어에 노출되는 폭력성과 비윤리적인 현상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는 것이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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