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보수의 실존을 위협하는 보수정당

윤인수

발행일 2019-02-13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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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지지율 지난 연말부터 완만히 상승
건강한 새출발 바라는 세력의 희망 때문
재건 집중돼야 할 여론 '5·18 망언'에 이탈
시간 걸리더라도 혁신 보수정당 창당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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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위원
박근혜 탄핵과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폐족을 면치 못할 것 같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지난 연말부터 완만하게 상승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오류와 집권여당 구성원의 오만 덕이었다. 물론 김병준 비대위 체제를 마감하기 위한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황교안, 오세훈 등 헤비급 대표 주자들이 나서면서 컨벤션 효과가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지율 상승의 결정적인 배경은 합리적인 보수의 가치를 대변할 건강한 보수정당의 새 출발을 바라는 보수세력의 희망이다.

한국에서 보수세력은 엄연히 존재하는 정치적 실체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실체를 대변하는 건 정당이다. 정당의 대의 기능이 통제됐던 이승만 정부와 군사정권 시절은 제외해도, 김영삼의 문민정부를 비롯해 보수세력을 대변했던 보수정당은 세 번 집권했다. 진보세력의 3기 집권과 같다. 대한민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진영의 뚜렷한 양립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다. 대립적인 세력의 양립은 대의의 균형을 가져왔다. 특정 세력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산업화와 민주화가 균형발전을 이루었고, 성장과 분배를 병행할 수 있었고, 대북정책의 강온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세력간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자유한국당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박근혜를 중심으로 갈라진 계파 충돌로 총선에서 실패한 뒤 탄핵사태가 불거지자 탄핵파와 반대파로 분열해 분당사태로 치닫고 당을 수습하지 못했다. 정신없이 정권을 넘겨주었다. 정권교체는 탄핵정국의 당연한 귀결로 인정하더라도, 보수정당이 박근혜를 중심으로 양분된 것은 합리적인 보수세력에게 절망적이었다.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공당의 국회의원들이 박근혜를 중심에 세워놓고 사적 이익을 견주는 사당적 행태에 진저리를 친 것이다.

보수정당의 지리멸렬은 보수-진보 양립의 정치 바탕을 무너트렸다. 후유증은 심각하다. 보수세력의 질문이 봉쇄됐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묻지 못했다. 경쟁력 약화와 침체를 걱정하는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묻혔다. 진행 중인 남·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이 확실한지 확인하지 못한다. 보수세력을 대변할 스피커가 고장난 탓이다.

정치 균형의 상실은 보수진영에겐 절망이지만 진보진영에겐 위기이다. 국민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목포 투기와 부친 서훈특권이 의심되는 손혜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대동하고 탈당기자회견을 갖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를 법정구속하고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를 저주한다. 법관 독립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 법치의 부정이나 마찬가지다. 법과 상식을 초월하는 '내로남불' 행태가 '독선'으로 고착되면서 적폐청산 주체의 적폐가 누적되고 있다. 보수라는 일각이 무너지자 진보라는 일각이 비대해져 위태로운 깽깽이걸음을 걷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의 27일 전당대회는 보수정당의 재건은 물론 한국 정치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의미있는 이벤트로 주목받아야 한다. 하지만 보수정당의 재건이라는 제한적 목표 마저 불투명해졌다.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당 대표 후보들이 전당대회 연기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바람에 엉망이 됐다. 박근혜의 옥중정치로 보수정당의 신생을 가로막고 나섰다. 결정적으로 '5·18 망언'이 보수정당 재건에 집중돼야 할 여론을 이탈시켰다. 법으로 확정된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한 지만원의 개인의견이 보수정당, 보수세력의 입장으로 둔갑했다.

10% 대에 머물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30%에 근접했다. 흩어진 보수세력의 실체는 이보다 크다. 법과 상식을 존중하는 합리적 보수세력이 고장난 정당을 의지해야 하는 현실은 비극적이다. 자유한국당의 개보수는 답이 아닌듯 싶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혁신 보수정당의 창당이 정답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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