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추락하는 사법 신뢰' 해결 과제는]법조인 도덕성 회복 전제 폐쇄적 제도 개선 필요

김민재 기자

발행일 2019-02-13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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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 집행기관 '칼자루' 쥐고
예산 '지갑' 국회에 쉽게 휘둘려
법조계 끈끈한 정치인맥도 '禍'
대법원장 "법관의 책임성 강화"


나락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철저한 독립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제도 개선만큼이나 법조인 개개인의 도덕·양심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유사한 과오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료적·폐쇄적인 사법제도와 문화를 개선하고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구조적인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사법부의 모든 판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우리나라의 모든 판사들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이 국민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지만, 한 번 무너진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2018년 6월 1일 리얼미터가 사법부 판결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조사했더니 전체 응답자 500명 중 63.9%가 '불신'이라고 답했다.

이날은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 된 판사 '블랙 리스트'와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 일체를 부인한 날이기도 했다. 그 전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법학 전문가들은 법원이 소위 '칼'과 '지갑'이 없어 정치권 입김에 휘청거리기 쉬운 구조라는 지적을 한다. 행정부는 집행 기관으로서 칼자루를 쥐고 있고, 국회는 예산이라는 지갑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은 비록 독립된 권력이긴 하나 조직을 키우고 법관 한 명이라도 더 늘리려면 행정부와 국회에 기댈 수밖에 없다.

양승태 사법부도 상고법원 제도와 법관 해외 파견 등 각종 민원을 정권과의 결탁으로 풀어나가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인천의 법조 출신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도록 돼 있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중심의 관료체계는 이런 헌법 가치를 무너뜨렸다. 정치권은 이를 빌미로 법원 조직뿐 아니라 법관 개인의 판결까지도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다.

검찰 수사도 정권의 기조에 따라 움직이기 일쑤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이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 그리고 뒤바뀌는 결론은 과연 검찰이 법률에 따라 형사사건을 처리하는지 의문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법조계는 그래서 아예 국회 내부로 들어갔다. 20대 의회 300명 중 50명에 달하는 법조인은 각종 직업군 중 최대 비율이다. 국회의원 6명 중 1명이 법조인이다.

법조인의 정치권 입성은 국회의 기능을 더 전문화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정치 지망 법조인들이 국회에 입성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후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대한변협은 아예 지난 2016년 선관위 유권해석을 받아가면서까지 법조 출신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후원을 독려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법조계의 끈끈한 정치 인맥은 지금의 사태를 스스로 불러왔다.

참여정부 사법개혁추진위 출신의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계 안팎으로 어떤 사안이든 정치적으로 바라보고 파벌투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당장 극복하기는 어렵겠지만, 사법개혁은 제도 개선만큼이나 법조인 스스로의 도덕성·양심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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