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변화하는 아카데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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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을 왜 오스카(OSCAR)상이라고 부르는지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아카데미 상 트로피가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 첫 남편 오스카 넬슨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의 도서관 직원이던 마거릿 헤릭 여사의 삼촌 오스카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지만, 근거는 희박하다. 그러나 1934년 6회 아카데미 상에서 캐서린 헵번의 여우주연상 수상 글을 쓴 칼럼니스트 시드니 스콜스키가 처음으로 '오스카'를 거론한 것은 분명하다.

아카데미상은 '백조의 잔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백인 우월주의에 편향됐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는 1929년 1회 수상식이 시작된 이래 수여한 2천900여 개의 오스카 트로피 중 흑인의 품에 안긴 건 고작 32번에 불과했다는 데서 여실히 증명된다. 놀랍게도 흑진주 할리 벨리가 '몬스터 볼'로 첫 흑인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된 게 그리 멀지 않은 2002년이었다. 심지어 2015년 시상식에는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으로 채워져 SNS에는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 (#Oscars So White)라는 해시태그로 물드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하얀 오스카'는 없을 것 같다. 오늘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될 게 분명해서다. 우선 그동안 영화업계와 큰 갈등을 빚어온 넷플릭스에게 문호가 개방된 것은 큰 변화다.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국 출신 배우들과 자국 언어로 촬영한 넷플릭스 영화 '로마'가 작품상· 감독상 등 10개 부문에 지명됐다.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로 작품상 후보를 비롯 7개 부문에 오른 것도 놀랍다. 특히 이 영화는 출연진 90%가 흑인이다. 모두 아카데미가 시대적 변화에 대한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결과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아카데미 상만큼 말이 많은 적도 없다. 우선 1989년 제61회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회자 없이 진행된다. 사회자로 낙점됐던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과거 성 소수자 폄하 발언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자진 하차하자 아카데미는 "사회자 없는 시상식"을 선언했다. 상업성 때문에 비판을 받지만 아카데미상에 화제가 이렇게 풍성한 것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이자 최고의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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