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국화

권성훈

발행일 2019-02-2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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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에 피는 국화

선생이라 불렀더니

뜻을 알아주기

동지라 여겼더니

오늘은

아내 사랑을

네게 온통 바친다

이은상(1903~1982)

권성훈(새사진201901~)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고통은 극복하고 초월하는 문제가 아니라 참고 견디어 내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고통일수록 배가되며 머물렀다가는 시간마저도 알 수 없기에,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에 눈을 감고 돌아서지 않으면서 그것에 삶의 의미를 더하여 오히려 즐긴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자는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우는 존재에게서 고통을 대하는 실천적 방법을 배우는 자세로 사물을 바라본다.

가령 '서리에 피는 국화'를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본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이지만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자 한다면 '선생'이 되는 것이다. 사실 국화를 선생으로 있게 한 것은 국화가 아니라 '서리'인바, 이 서리라는 고통이 가중될수록 반대로 선생은 더욱 심오해지며, 연민까지 더해져 '동지' '아내'로 확대된다. 바람 잘날 없는, 오늘도 당신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있다면 뛰어넘으려고 하지 말라, 그럴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으니. 어차피 그것은 와 있는 것이니, 지나가는 동안 현자로서 마주하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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