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n분의 1은 공정하지 않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에 역할 주고
다양한 수준 참여기회 제공해야
'쓸모없는 사람없고, 모든 시간은
동등하다'는 타임뱅크 사상에 근접
상황맞게 '1인분役 부여' 가장 공평

수요광장 김수동2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3차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신고·인가된 협동조합은 1만615개로 확인되었다.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된 이후 약 4년 만에 드디어 1만개를 넘어선 것이다. 가히 협동조합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그러나 실제 사업 운영을 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53.4%로 절반에 불과하다. 이 숫자는 협동조합이 만들기는 쉬워도 운영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협동조합의 운영, 왜 어려울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협동조합의 '조합원 노동'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은 한두 가지 사례를 일반화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 여기에 필자가 쓰는 이야기는 어느 가치지향적인 모임과 커뮤니티가 사업조직으로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스타트업 협동조합 이야기임을 밝혀둔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노동과 자발적 참여로 작동한다. 이때 우리는 모두가 똑같이 참여하고 일하는 게 민주적이고 공평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

협동조합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낯선 조직이다. 오랜 시간 시장에서 거래하는 인간으로 살아온 우리가 협동하는 인간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조합원 노동의 문제는 스스로가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었을 때 의미가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스타트업 협동조합 대부분의 초기 조합원들은 관계로 참여한 것이다. 도와주는 마음으로. 사실 이때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상태의 조합원들이 늘어나면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리더그룹은 소진현상이 나타나고 조력자 그룹은 "왜 나만?"하는 화가 쌓이고 '연결'보다는 '느슨한'에 방점을 두고 있는 다수는 언제든 발을 뺄 준비가 되어 있다.

나름 조직의 체제가 필요한 것이 이 시점이다. 조합원으로서 자부심, 활동의 가치, 성장의 기회 등 조합이 조합원에게 미치는 경제적 비경제적 영향이 개인에게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조직의 체계를 구성하여 모든 조합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다양한 수준의 참여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조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조합활동에 투입한 돈과 시간에 비례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 새로운 차별과 권력이 되지 않고 건강한 리더십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주목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의 비전과 미션 신념체계, 조합원으로서의 행동강령 등을 공유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정례적인 활동과 교육훈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리더그룹을 발견하여 활동가로 육성하여야 한다. 협동조합의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봉사자, 서번트 리더십이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이 돌아가도록 하는 사람들, 환대하고 맞이하는 사람들, 함께 하자고 손 내미는 사람들, 도움이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 이러한 리더십이 조직 내부에 확산되고 드러날 때, '느슨한'에 중심을 두고 있던 사람들이 '연결'을 경험하며 스스로 '나도 조합원이구나!' 하는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n분의 1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것은 어쩌면 (화폐로 환산된) 등가가치의 교환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에는 평가보상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일반회사는 여기에 많은 인력과 비용을 쓰고 있다. 그런데 늘 불만이고 오히려 평가보상체계가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조합원 노동은 어떻게 보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고, 모든 사람의 시간은 동등하다"라고 주장하는 타임뱅크의 사상에 가깝다. 그리고 그 교환은 꼭 PtoP(당사자간)일 필요가 없다. 커뮤니티(공동체) 내에서 시간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순환할 수 있다면 자본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와는 차원이 다른 소중한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이러한 선물과 증여의 경제, 리더십의 순환이 작동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협동조합의 조합원 노동은 타인과 비교에 의한 n분의 1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1인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공평하고 정의로운 것이다.

n분의 1의 미신을 깨는 것, 협동조합의 협동은 그곳에서 시작된다.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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