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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 장애 불구 뒤늦게 병원 찾아
암 제거만큼 항문 기능 유지 관건
복강경 수술로 흉터·통증 최소화
증상없어도 50대는 내시경 받아야
60대 주부인 A씨는 최근 대장항문외과를 찾았다. 그는 얼마 전부터 변이 가늘어지고 배변이 불규칙해졌다고 했다. 배가 아픈 일이 잦아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에도 변비가 잦은 편이었다고 한다. 심할 때는 변비약을 사다 먹기도 했고, 간간이 항문에 출혈이 비쳤지만 가벼운 치질로 생각하고 연고를 바르거나 쑥찜질로 증상을 완화시켰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증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걱정스런 마음에 병원을 찾게 됐다. 아버지가 20년 전 대장암으로 돌아가시고, 오빠가 몇 해 전 위암에 걸려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다.
A씨는 직장항문 수지검사에서 직장암으로 판단돼 정밀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전이가 없는 3기 직장암으로 진단받았다. 먼저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고 추후 경과에 따라 수술로 암을 떼어내기로 했다.
가천대길병원 대장항문외과 백정흠 교수는 "젊을 때부터 시간에 쫓기거나 다이어트나 과식 등 불규칙한 식사,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변비 환자도 늘어났다"며 "이러한 습관이 나이가 들어서도 반복되다 보니 변비, 복통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대장암, 직장암 환자들에게 암 세포의 제거만큼 중요한 건 항문의 기능을 얼마나 유지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암 치료 이후의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항문을 없애면 복부에 장루라는 주머니를 차게 된다. 환자 입장에선 거추장스럽고 관리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비용 문제가 생기고, 일상 생활에도 불편함을 준다.
백정흠 교수는 "항문을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항문을 없애고 꿰맨다면 많은 환자들이 충격을 받는 게 사실"이라며 "때문에 의사는 항문을 살리기 위해 더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의학 기술은 복강경 수술을 통해 배에 생기는 흉터를 최소화 하고 통증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대장암 영역에서 대장 부분 절제, 직장 절제 뿐 아니라 대장 전체를 제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장 유착이 심하거나 대장암이 주변에 심하게 침윤해 주변 장기와 동반 절제를 해야 하는 등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복강경 수술 방법을 사용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저지방, 고섬유소 식사를 하는 것은 물론, 배변 후 자신의 변의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백정흠 교수는 "단순한 변비, 치질로 오인해 완치할 수 있는 대장암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50세 이상부터는 증상이 없어도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40세 이상부터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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