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발언대]무석무탄(無石無彈) vs 자율과 책임

유형상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비과 경감
유형상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비과 경감
1980년대 격동과 혼란의 시대에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당시 경찰버스 앞에 등장한 푯말이 '무석무탄(無石無彈):시위대가 먼저 돌이나 화염병을 던지지 않으면 경찰은 최루탄을 쏘지 않는다'다. 이에 학생들은 즉시 '무탄무석(無彈無石)'으로 화답했다.

당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과거 우리의 후진적 시위문화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짧은 문구 하나가 경찰과 학생들 간 평화를 갈망하는 소통수단으로 작용해서 인지 전보다는 양측 간 출혈이 줄어드는 계기가 되었지만 이 약속은 아쉽게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변천사를 보면 거의 대부분 집회와 시위의 진통을 경험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금의 성숙된 민주주의 모습은 아마도 집회시위 과정을 겪으면서 이뤄진 것이 아닌가 싶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18년 집회시위 개최 건수는 총 6만 8천315건으로 2017년 4만 3천161건과 비교해 58%나 증가했다. 야간집회가 처음 허용되면서 집회·시위가 급증했던 2010년 5만 4천212건을 훨씬 넘어선 규모이다. 반면 미신고 집회는 2017년 144건에서 53건으로 크게 줄었고 불법 폭력시위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집회 시위 개최 건수는 대폭 증가한 반면, 불법 폭력시위가 줄어든 것은 평화적 집회시위에 대한 국민들의 열의와 의지가 강했고

경찰 또한 시위대를 적대시하지 않고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면서 인권 친화적 자세로 인식이 전환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집회시위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두어 집회시위 전 과정의 질서유지는 전적으로 주최 측의 자율에 맡기는 동시에 '법질서 준수'와 '안전유지'에 대해서도 1차적으로 주최 측이 책임을 지게 된다.

이에 경찰은 기본적으로 폴리스라인, 교통경찰, 방송차를 활용하여 소통·안내·계도 중심의 유연한 집회 대응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한국형 대화경찰관'을 도입해서 운영 중이다. 이는 집회시위 참가자들과 경찰과 시민들 간의 소통창구로서 주최 측과 소통하면서 집회시위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고, 안전·질서유지를 위한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집회·시위 자유 보장과 성숙한 선진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일관된 법 집행뿐 아니라 타인의 법익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이처럼 집회·시위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패러다임 전환과 성숙된 집회시위문화가 잘 조화된다면 모두가 상생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80년대의 '유석유탄, 유탄유석'의 뼈아픈 과거를 교훈 삼아 세계가 주목하는 선진화 된 집회시위 문화를 조성하여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유형상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비과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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