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 |
그럼에도, 조합장 선거가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진행되는, 소위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토론·연설 없는 깜깜이선거… 승리 부르는 현역 프리미엄(경인일보, 19. 3. 14.)], ['깜깜이' '돈선거' 구태 언제까지… 법개정 시급(뉴시스, 19. 3. 13.)], [조합장 '깜깜이 선거' 현직 득 봤다(전남일보, 19. 3. 14.)]… 모두 이번 선거가 끝난 후 각종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한 기사 제목 중 일부이다.
조합장 선거가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현 조합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행 위탁선거법에 있다.
공직선거와는 달리 조합장 선거에서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현직 조합장에게는 딱히 아쉽지 않다. 조합장은 임기 내내 전 조합원들에게 각종 행사 참석·편지 발송 등을 통하여 자신을 알릴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후보자들은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후보로서 자신을 홍보하지 못한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조합장을 제외한 타 후보자들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
또한, 공직선거의 경우 선거운동기간 전부터 예비후보자홍보물을 발송할 수 있어 유권자들이 각 후보자의 정보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하지만 조합장선거의 후보자는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홍보물을 발송할 수 없다. 후보자가 자신을 알릴 기회가 그만큼 제한되는 것이다.
현행법상 후보자가 신청할 수 있는 선거인명부 사본에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후보자들은 자신이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조합원에 한해서만 홍보 문자를 발송할 수 있다. 반면 조합장은 이미 조합의 수장으로서 조합원 다수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할 수 있기에 문자메시지 발송을 통한 선거운동이 수월하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조합장이 보낸 홍보 문자만을 집중적으로 받게 된다. 결국 선거에서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명약관화다.
이러다보니 많은 후보자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하여 조합원들에게 비밀리에 금품을 살포하는, 소위 돈 선거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조합장선거라고 하면 으레 깜깜이 선거에 이어 돈선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후보자들이 기부행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현직 조합장들만이 집중적으로 혜택을 받는 현행 위탁선거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깜깜이 선거에 대한 후보자와 조합원, 나아가 전 국민의 불신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는 예비후보자 선거운동과 예비후보자홍보물 발송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한다. 그래야 모든 후보자들에게 공정하고, 선거권자인 조합원들에게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 한편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효율성을 위해 선거인명부에 선거인의 전화번호를 기재하도록 하는 것은 개인정보법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상식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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