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책 읽는 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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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의 사서인 낸시 펄(Nancy Pearl)은 다소 엉뚱한(?) 상상을 했다. "만약 시애틀의 모든 사람이 같은 책을 읽는다면?(If All of Seattle Read the Same Book)" 한 도시의 시민들이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One City One Book)은 이처럼 한 사서의 상상에서 출발했다.

이 운동을 본격적으로 지구촌에 알린 소설은 하퍼 리(Harper Lee)의 '앵무새 죽이기'다. 2011년 시카고 시민들이 이 책을 함께 읽는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파를 타면서 세계 각국의 문화계를 자극한 것이다. 이어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잇따르더니 이제는 대표적인 독서운동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낸시 펄의 상상을 담은 'If All of Seattle Read the Same Book'이란 문장은 독서운동을 상징하는 슬로건으로 각 도시 이름에 맞게 응용되고 있다.

이 운동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것은 2003년이다.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의 시범도시로 충남 서산시가 선정돼 황선미 동화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시민들이 돌려 읽은 게 최초다. 인천에서는 부평구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부평구와 부평구문화재단은 2012년 '만약에 53만 명의 부평구민이 같은 책을 읽는다면?'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책 읽는 부평' 사업을 시작했다. 첫해의 대표도서는 인문학 도서인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김육훈 외)였다. 이어 지난해 '평화,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정주진)에 이르기까지 모두 7권의 대표도서가 선정됐다. 매년 대표도서를 선정하고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다.



물론 모든 부평구민이 그해의 대표도서를 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 읽는 부평' 사업이 독서와 토론문화 형성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는 분명하다. 다만 예산 문제로 올해 독후감 공모전 등 일부 사업의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엔 아쉬움이 남는다. '2019년 책 읽는 부평 대표도서 선포식'이 내일(29일) 부평구청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선포될 또 한 권의 책이 다시 한 번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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