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국민연금(國民年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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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관리하는 연기금(年基金) 규모는 약 637조원으로 일본,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3위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국채를 비롯해 여러 곳에 다양하게 투자한다. 미 월스트리트에서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고객이다. 물론 국내 주식도 포함된다. 그 액수가 100조원이 넘는다. 이른바 4대 시중 은행인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 하나은행의 최대주주도 국민연금이다. 은행장 선임이 정부 입김에 좌우된다는 '관치금융'논란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국가재정과 국민의 삶을 떠받치는 큰 기둥이다. 그래서 변동성이 큰 위험 주식엔 투자하지 않는다. 단기간 수익이 크지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즉 50년, 100년 이상 살아남을 기업에 투자한다. 국민 노후자금인 만큼 실패는 절대 금물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10%를 비롯해 KT(12.9%) 포스코(10.72%) 네이버 (9.48%) 현대차(8.27%) 등 우량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기업만도 294개다. 그래서 주식 고수들은 초보자에게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라"고 조언한다. 국민연금이 버티고 있으니 기업이 망할 가능성은 그만큼 적어서다.

한때 국민연금은 경영진에 힘을 보태는 '백기사' 역할을 한 적이 있다. 2003년 외국계 자본인 소버린이 SK 경영권을 인수하려 할 때 신한·하나·산업은행을 앞세워서 이를 방어해 줘 "역시! 국민연금"이란 소리를 들었다. 국민연금은 또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주가가 하락하면 매입에 나서 주가를 안정시키기도 한다. 금융위기를 호되게 겪은 영국이 2010년 '스튜어드 십 코드'를 도입한 것도 주가가 폭락할 때 이를 막아주는 등 기업의 재산을 '집사'처럼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이 제도를 도입해 지분 보유기업의 임원 선임·해임 등에 관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 27일 대한항공 2대 주주 (11.7%)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 조양호 회장의 대표직을 박탈했다. 기업에 늘 '백기사'였던 국민연금의 변화에 재계가 동요하고 있다.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연금사회주의'에 '관제 스튜어드 십'이란 우려도 나온다. 분명한 건 아무리 훌륭한 집사라도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영 참여도 좋지만 국민연금은 기업사냥꾼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기관이란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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