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환경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정책

최지혜

발행일 2019-04-01 제2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고수익 올리려는 '태양광발전사업'
자연·생활 등 환경영향평가 없이
무분별 시설 설치 많은 문제 발생
미래위해 친환경에너지 필요하지만
서두르지 말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2019033101002588900127041
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정부에서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정부와 기업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일반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정책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개인이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서 사용하고 남는 전력을 다시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아주 작게는 도시의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자체의 보조금을 통해 저렴하게 설치가 가능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내면서 화석 에너지나 원자력 에너지의 비중을 줄여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만, 최근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 4천950㎡ 가까이의 고구마밭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온 마을이 시끄러워졌다. 마을 사람들 불만은 다각도로 터져 나왔다. '오랫동안 농사일을 해오던 우리들의 삶의 자리가 태양광 패널로 가득 채워져 자연 경관을 해치는 게 싫다', '땅이 좋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와 집 짓고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집 앞에 태양광 발전 사업이라니 날벼락 맞은 것 같다', '검증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전자파나 유해물질로 마을이 오염되면 어떻게 하냐' 등등. 이것은 우리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양광발전 사업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여러 마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 권장하고 있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라 불리는 태양광 발전 사업이 마을에 분란을 만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뭘까? 우선은, 정책 시행을 위한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에 앞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고 있지 않다.

우리 마을에 태양광 발전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부지는 농림지역으로 농가와 주택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주택에서 불과 50m도 떨어져 있지 않고 고구마 등 밭농사를 짓는 밭과도 바로 붙어 있다. 사업의 시행으로 영향을 받게 될 자연환경, 생활환경, 사회 및 경제 환경 등의 전반적인 사전 평가가 필요하다. 대기, 물, 지반 반사광, 생태계, 경관, 폐기물 등 구체적인 항목까지 고려되어야 하겠다.

처음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시작할 때는 건물 옥상, 옥외 주차장 지붕 등의 유휴 공간을 이용해서 설치했었다. 그런데 태양광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산림을 훼손하며 시설을 설치하여 산사태가 일어나기도 하고 농사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농사를 그만두고 버섯 재배사를 위장해 허가를 받기도 한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연이 훼손되고 마을 공동체가 파괴된다면 그것이 진정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까?

쉽게 빨리, 무분별하게 가는 길이 과연 좋을까? (지름길 /도널드 크루스 지음/이주희 옮김/논장)라는 그림책이 그 답을 말하고 있다. 어두워지는 시각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기 위해 넓고 안전한 길로 가지 않고 좁고 위험한 기찻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일반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은 아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큰길의 건널목을 건너지 않고 기찻길을 따라가다가 예상치 못한 화물기차를 만나게 되고 다행히 위험으로부터는 긴박하게 피해서 무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지름길로 가지 않았어요'라고 아이들은 독백으로 말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이 과연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조금 늦게 가더라도, 조금 덜 이루더라도 철저한 조사와 환경평가를 통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최지혜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