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

[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태로 본 공정성의 한계

'SKY캐슬' 못 벗어난 '교육 공정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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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당국은 교원의 자녀학교 배치금지
언론에선 대입개선 문제로만 접근
道교육연구원 "구조적 논의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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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은 현재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핵심 가치다.

분야를 막론하고, 공정하지 못한 과정과 결과가 도출되면 여지없이 여론이 들끓고 사회적 지탄을 받기 쉽다.



국민이 직접 촛불을 들고 길거리에 나서 대통령을 탄핵했던 '촛불집회'도 그 시발점은 '대학부정입학'이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지금 대한민국이 '공정성'에 얼마나 몰두해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하반기, 대한민국 교육을 뒤흔드는 사건이 있었다. 강남 명문고 중 하나인 서울 숙명여고에서 시험지 유출사건이 불거진 것.

수사 끝에 해당 학교의 교무부장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딸에게 5차례에 걸쳐 문제를 유출한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학생들의 시험성적이 0점 처리되고 교무부장과 두 딸은 각각 파면과 퇴학이 결정됐다. 그리고 고교 교원이 자녀학교에 배치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상피제)도 만들었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로써 교육의 공정성은 회복된 것인가.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교육 공정성의 가치와 그 한계를 짚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의 내용은 우리 사회 교육 공정성의 지향점을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계기가 된다. 이 사건에서 '내신시험 문제유출'은 곧 시험 절차 공정성과 학업성적의 공정한 결과를 어긴 것이고, 나아가 교육 공정성의 훼손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시위에 나섰고, 언론보도 역시 일거수일투족을 경쟁적으로 보도하며 여론을 들끓게 했다.

숙명여고 문제유출에 사용된 시험지와 휴대폰
숙명여고 시험지 문제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압수한 시험지와 암기장, 휴대폰. /연합뉴스

연구는 이 사건을 대하는 대중과 언론의 태도를 통해 '내신비리와 절차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자신의 자녀들이 내신성적에 있어 손해 보는 일을 막는 것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도 사건과 관련한 대책으로 '상피제' 도입, CCTV 설치 등 학업성적관리지침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언론은 한 발 더 나아가 내신 위주의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등 대입제도의 공정성으로 이야기가 확대하며 여론을 추동했다.

문제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결론이 '대입제도 개선' 또는 '대입경쟁절차의 공정성 확보'로만 귀결됐다는 점이다.

대입을 위한 경쟁의 절차에만 몰두하면 수많은 학생들이 왜 대입 경쟁에 참여해야 하는지, 사회 속에서 대입 경쟁 구조가 갖는 한계가 무엇인지 등 교육 공정성을 회복하는 데 던져야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다가갈 수 없다.

실제로 최근 교육연구에서도 경쟁절차에만 주목하는 교육 공정성 담론은 학력·학벌에 따른 소득격차가 극심한 한국사회의 경제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으며 사회적 안전망이 잘 구축되고 소득격차가 심하지 않은 사회는 성적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결과들이 있다 .

이혜정 연구원은 "이는 나아가 우리 공교육이 어떤 시민을 길러내야 하는가와 같은 교육철학적 논의가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교육의 공정성은 형식적 절차 공정성을 넘어 모든 학습자에게 실질적인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공정한 기회 균등 달성과 구조적 불평등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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