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개나리

권성훈

발행일 2019-04-02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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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대답을 써보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이은상(1903~1982)


권성훈(새사진201901~)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의 삶에서 봄은 자연과 인생에 관한 중의적 의미로 유통된다. 계절에서 오는 봄은 자연적인 것이며 주기적인 것이지만 인생의 봄은 물리적인 것으로 비규칙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자연의 봄과 달리 인생의 봄날이 예고 없이 찾아오며 예측불허 한 속도로 지나간다. 자연의 봄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당신 생애의 봄날도 펼쳐지고 있는가. 이 시에서 봄은 두 가지 관점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매화꽃 졌다는 발신자의 편지를 받고, 수신자가 개나리가 한창이라고 답신'을 한 것이 '자연의 봄날'이라고 한다면,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웠다"는 정서에서 발화되는 인생의 봄날을 말하는 것. 자연의 봄이 개시되고 있더라도 자신의 내면이 아직 얼어붙은 겨울에 머물러있다면 화려한 봄도 잔인하게 비칠 수 있는 법. 바야흐로 이 봄날, 봄이 오지 않은 주변인을 돌아보라. 그리하면 한줄기 햇빛 같은 당신이 진정으로 봄이 될 수 있으리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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