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언어폭력 막말 정치인들, 실 보다 득이 많다고?

폭언·수준 낮은 질문 '인사청문회'
돌출발언·품격 잃은 표현들 '난무'
인지도·존재감 짧게 유지되겠지만
갈등 유발로 국민들 신뢰하지 않아
미래세대 위해 혐오정치 자제해야


수요광장 김정순2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서슴없이 막말을 내뱉는 그들은 당당했다. 막말 전문가답게 침착하고 자신감까지 넘쳐 보였다. 마치 혐오 유발 경진대회를 보는 것 같았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인사청문회장 풍경이다. 내정 인사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언사와 이들에게 제기된 의혹도 민망할 정도였다. 더 큰 문제는 인신공격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인 낮은 질문 수준에 폭언과 막말만 무성했다는 점이다.

청문회의 본질은 업무능력이나 정책 관련된 질문을 통해서 후보들의 업무수행 능력 검증에 있다. 당연히 시간과 품을 들인 수준 높은 질문 속에서 후보들의 면면이 드러날 수 있고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진다. 그저 '막말쇼' 같아 보이는 청문회라면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공직자들의 바른 품성과 바른 언어사용은 어디로 실종된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뿐 아니다. 얼마 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돌출발언은 또 어떤가. 국회에서의 당 원내대표 연설 파문도 모자라 대구 방문에서는 '뼛속까지 빨갱이' 등 운운하는, 가뜩이나 경색된 정국에 사회적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젊은 야당의원의 품격 실종 막말까지 가세해 점입가경이다. 당대표를 향해 '꼰대', '불통', '찌질' 등 혐오정치의 극단을 보이는 듯한 표현들이 난무했다.

물론 막말을 일삼는 그들의 속내와 셈법을 모르는 바 아니다. 상대 진영을 향한 혐오, 자극적인 말을 통해 유명세를 빨리 손쉽게 획득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다매체 시대에 이들의 막말이 매체의 화제로 떠오르고, 갑론을박으로 이어진다. 막말 당사자는 인지도를 얻고 또 나름의 존재감까지 더해진다. 막말 정치인이 점점 많아지는 실태를 보면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여기는 것 아닐까.

과연 정말 그럴까. 단기적으로는 지지자들을 열광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생명을 짧게 끝내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언어적 유희와 막말 공격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입만 열면 막말을 내뱉는 이들의 말을 일부가 추종할 수 있지만, 다수 국민들이 이런 행태를 신뢰하진 않을 것이다.

정치인에게 있어서 신뢰는 생명줄이다. 인지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권자들에게 받는 신뢰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과 막말을 지지할 정도로 국민들은 낮은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그들에게 더 혐오를 느낄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독기 어린 맹비난과 혐오 발언에 무거운 피로감이 느껴진다. 정치인의 독한 막말 언어폭력은 정치 혐오와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킨다. 사회적 제재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불신,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언어폭력으로 인한 환경 파괴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진다.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는 상대라도 상대방의 바른 언어사용과 바른 태도 앞에서는 무조건 공격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가 경청하고 싶어지도록 품격 있고 올바른 언어를 통해 상대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과 주장이 다르다고 툭하면 거친 언어로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한다면 남는 것은 갈등과 상처뿐일 것이다. 여기에다 더 심각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 있다. 이 험한 표현들은 방송과 각종 사회망서비스(SNS)를 타고 어린이와 학생들에게도 쉽게 전달된다.

우리나라 국민을 대표한다는 지위 높은 사람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남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우리 어린 꿈나무들은 고스란히 지켜보고 배운다.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모습을 전체 국민, 특히 학생·청소년에게 보여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엇을 보고 배울지 끔찍하고 두렵다. 진보·보수 진영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 모두 흉측하고 저질스러운 혐오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곧 황사가 심한 계절로 들어서고 있다. 대기오염과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눈에 보이는 황사로 인한 환경 문제는 국가적 과제이다. 막말과 언어폭력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언어를 훼손시키고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는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막말 사용 정치인들은 황사나 미세먼지 못지않게 심각한 환경 파괴자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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