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강화도미디어타운 촌장(村長)

이충환

발행일 2019-04-1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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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인품까지 갖춘 류미례 다큐멘터리 감독
올해 시청자 제안사업 공모 주민들 대거 참여
다양한 구성원들 소화할 수 있는 내용 구성
어우러져 잘사는 마을 '미디어가 한몫'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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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일을 하면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실력에 인품까지 갖췄다면 더욱 그렇다. 강화도에 사는 류미례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런 분이다. 강화 양도면에 집을 짓고 살면서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상미디어교육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생활형 '액티비스트(activist)'다. 실력은 '꽝'이면서 눈빛만 이글거리는 그런 활동가가 아니다. 온유함과 섬세함이, 세상을 기어코 뒤집어 놓고야 말겠다는 거친 결기를 단연 압도하는 그런 유(類)다. 처음부터 영상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는 한국사학을, 대학원에선 국제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영상제작을 접한 건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설립되기 전인 90년대 후반, 한 단체에서 시민영상제작교육을 받으면서부터다. 그 이후 다큐멘터리 제작과 교육이 본업이 됐다. 2004년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엄마…'라는 작품으로 '올해의 여성영화인' 상도 받은 실력파다.

류 감독은 2015년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센터가 의욕적으로 기획한 다큐멘터리제작 교육프로그램 '열 번 만에 다큐멘터리 만들기'의 주 강사를 맡았다. 이듬해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두다Q'의 교육을 담당했다. 재작년에는 강화지역에서 두 개의 프로그램을 센터와 함께 진행했다. '함께 만드는 영상교실'은 강화지역에 사는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영상제작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강화의 청년영농인과 어르신들이 함께 영상미디어를 이해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교육도 진행했다. 현지의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올해 류 감독이 뿌린 씨앗이 제대로 열매를 맺었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해마다 시민이 직접 미디어교육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채택되면 필요한 예산과 시설·장비를 센터가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벌인다. '열린 센터'를 기치로 시행하는 '시청자제안사업'이다. 그런데 올해는 강화지역 주민들이 대거 공모에 참여했다. 외부전문가들과 함께한 심사에서 모두 6개의 제안사업이 채택됐는데 그중 4개가 강화지역 주민들이 제안한 것이었다.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교실:크리에이터 탐구생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와 함께 하는 강화 영상제작교실' ▲발달장애인들이 사진과 영상촬영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카메라로 보는 세상:캠프 힐에서 영상 만들기' ▲미디어리터러시와 미디어교육이론을 강의하는 '강화마을 미디어교사 양성교실' 등이다. 하나같이 류 감독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주민들과 의논하고, 주민들을 독려한 끝에 나온 산물(産物)이다.

채택된 시민제안 프로그램들은 강화지역의 어르신과 젊은 세대, 장애인과 비장애인, 미디어를 배우고자 하는 주민과 가르쳐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주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센터는 이들 4개의 사업과 앞서 공모한 마을미디어교육 지원사업에 선정된 '우리 마을 라디오:라디오 빌리지'를 하나로 묶어 올해 강화지역에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강화도미디어타운' 사업이다.

강화도는 그 땅에 흐르는 우리 민족사의 강건한 기운만큼이나 원주민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한 곳이다. 진도 다음 가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 큰 섬인데 수도권 고학력 은퇴세대들이 선호하는 거주지역이기도 하다. 조상 대대로 터 잡고 살아온 원주민과 그분들에게는 어쩌면 이방인으로 비칠 법한 새로운 이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잘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어가는데 '미디어'가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잘 살아가는 마을, 많이 배우고 높은 지위를 누렸던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이 서로의 경험과 삶의 지혜를 기꺼이 나누며 잘 살아가는 마을, 나와 생각이 다른 이를 배척하지 않고 적으로 만들지 않고 어울려 함께 잘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어가는데 '미디어'와 '미디어교육'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기대와 믿음의 디딤돌을 놓은 이가 바로 류 감독이다. '강화도미디어타운'의 촌장(村長)이라 칭할 만하다.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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