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산에 언덕에

권성훈

발행일 2019-04-09 제2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9040901000802400037682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신동엽(1930~1969)


권성훈(새사진201901~)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사랑하는 사람이 불현듯 사라질 때 혹은 그런 사람의 곁에서 떠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그리움으로 가득 찬 그 사람의 텅 빈 빈자리를 응시하게 된다.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하늘만큼 커져만 가는, 기다림의 숱한 방황의 날들은 빈자리를 채우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을 더듬으며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만이 생각의 꽃을 피운다. 이 꽃은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시시때때로 동시다발적으로 '화사한 그의 꽃'으로 현현된다. 길을 가다가, 산과 언덕을 오르다가 피어나는 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것. 이를테면 아름다웠던 기억이 상징화된 꽃으로 되살아나는 것인 바, 사람은 가고 지나간 시간만이 꽃으로 치환된 것. 이 꽃은 당신이 사랑했던 그 사람의 '맑은 숨결'로서 '바람'과 '인정'을 담아서 거기에 잎사귀를 내민다. 보아라, '쓸쓸한 마음'에 흔들리는 꽃이 있다면 그것은 '울다 간 그의 영혼'이 바람 되어 당신을 찾아온 것일지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