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따리상 잡으려 수수료 주고
관광객에게 10~20% 선불카드 제공
구매액의 30% 다시 中에 흘러나가
호황불구 "국부 유출 초래" 목소리
국내 면세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실속은 중국이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출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중국 보따리상을 잡기 위해 면세업계가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가 중국 여행업체 등에 흘러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업계 1~3위인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를 중국 관광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최초로 국내 시장 점유율 40%를 넘기지 못한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서울 명동 본점에서 화장품과 패션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구매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든 선불카드를 제공했다.
2∼3위 업체인 신라와 신세계면세점도 유사한 종류의 선불카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매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의 선불카드를 주고 있으나 일부 화장품 프로모션의 경우 구매액의 20%에 가까운 금액이 되기도 한다.
면세업계는 일반적으로 중국 여행업체에 손님을 보내주는 대가로 구매액의 20%가량을 수수료로 주고 있다.
선불카드까지 포함하면 구매액의 30%가 중국인에게 다시 흘러나가는 셈인데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 제한 이후 생긴 빈자리는 명품 등 면세품을 대리 구매해서 중국에서 판매하는 중국 보따리상들이 채웠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사상 최대인 18조9천6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면세업계는 이 가운데 60% 이상을 중국 보따리상 비중으로 보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면세업계 상황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속담과 같다"며 "중국 보따리상 유치를 위한 과열경쟁으로 국내 면세업계 전체가 손해를 보고 결국 국부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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