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태죄 헌법불합치, 태아 생명보호 숙제는 남았다

헌법재판소가 11일 현행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따라 1953년 입법된 이후 2012년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66년간 유지됐던 형법 269조 1항(자기 낙태죄)과 270조 1항(동의 낙태죄)은 사라지게 됐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헌재의 주문대로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임신유지와 출산여부에 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압도적 다수의견(헌법불합치 4명, 단순위헌 3명)으로 낙태죄를 위헌으로 결정했다.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해 낙태 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자기 몸에 관한 것은 스스로 결정하는 원칙이야말로 인권의 근간이라는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인권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존중할 만하다.

그러나 태아의 생명권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인권 못지 않게 보호해야 할 가치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으면 '낙태'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특히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어느 시기부터 인정할지는 중요한 문제다. 당장 헌법재판관마다 의견이 다르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태아가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임신 22주를 낙태 기준으로 제시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임신 14주까지는 이유 없이 낙태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2명의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보호는 중대한 공익이라며 낙태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의 소멸에 따라 국회는 낙태 허용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관련법 개정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이 과정에서 낙태 가능 시기를 규정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을 것이다. 태아의 어느 시기를 침해할 수 없는 인격적 시기로 규정할 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회는 이 부분에 대한 정교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헌재의 이번 판결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 것이지 낙태가 옳다는 뜻은 아니다. 낙태 합헌 결정에 따라 그동안 추산에 머물렀던 낙태 통계가 드러나면 충격적일 것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낙태를 방지할 수 있는 임신·출산 보호 방안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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