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WTO 역전승과 향후 과제

후쿠시마 인근 농수산물 수입 금지
일본, 한국만 대상으로 WTO 제소
최종심 승소했지만 배울 점 있어
국제기구 인재육성 정책 추진 등
양국간 문제 대응전략 재점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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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일본에 역전승. 우선 우리 식탁과 검역주권을 지켰다는 안도감이 든다. 한국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후쿠시마 인근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하였다. 2013년 9월에는 후쿠시마를 포함한 주변 8개 현 28개 어종의 수산물에 수입금지 특별조치를 했다. 그러자 일본은 2015년 5월 한국만을 대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국가와 지역은 54개에 달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1심에서는 일본이 그리고 최종심인 2심에서는 한국이 승리하였다. WTO 상소기구는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한 무역 제한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막판 '역전패'를 당한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일본 NHK와 신문 그리고 통신들은 관련 내용을 속보로 전했다. 일본은 WTO에서 승소하면 이를 계기로 23개 다른 나라와 규제 철폐를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사실 일본은 원자로와 방사능의 후유증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안전한 일본을 홍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이 패소에 당황하는 것은 그러한 전략에 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제적 위상이 한국보다 높다고 생각했던 자신감에도 상처를 입었다. 그동안 일본은 세계적인 기구나 단체들에 정기적으로 인재를 파견하거나 주요 직책에 선출되도록 지원해 왔다. 국제적 기관에서 그 위상을 차지하기 위한 일본의 전략은 매우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다.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목표도 있다. 그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본은 분쟁의 국제화를 시도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독도에 대한 도발과 영토의 분쟁화도 국제적 기구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에 기초한 전략이다. WTO가 일본 언론이나 정부의 예측과 달리 한국의 손을 들어주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승소가 바로 식탁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2010년에 비해 작년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3만4천904t으로 58.5% 감소하였다. 하지만 일본산 가오리는 1천509t으로 250배, 방어는 1천570t으로 100배 이상 수입이 급증하였다. 최근 5년간 적발한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는 349건이다. 러시아산으로 거짓표기하거나 표시를 하지 않는 방식이다. 일본에게 승소를 했다는 것과 국민의 건강한 식탁을 지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이 WTO에서는 승소를 했지만 일본이 구사한 이번 전략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일본처럼 한국도 국제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국제기구나 단체 등에 인재를 키우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각종 분쟁에 대비하여 한국의 전문가들이 국제기구 등에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최신 기술의 표준화를 위해 관련 기관을 선점하는 정책을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다. 기술의 표준화가 산업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일본처럼 국제분쟁에 대비해 선공을 하는 전략도 추진해야 한다. 2028년 종료예정인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이 그것이다. 1978년 발효 이후 2010년까지는 공동개발과 낮은 단계의 공동연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의 조광권이 2017년에 종료한 후 일본은 공동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추후 해양경계협정에서 일본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협정에 따른 공동개발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조광권자 지정절차를 진행하면서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 2025년부터 일본은 종료 통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일간 해저자원의 공동개발이 목표이지만 협정이 2028년도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일방탐사도 고려해야 한다. 향후 국제중재재판을 통해 협정위반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들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역전승을 했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한·일간 헝클어진 문제들을 대응하는 각종 정책과 전략들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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