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눈꽃

권성훈

발행일 2019-04-1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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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슬픔

너의 슬픔

차마 슬픔이라 말 않겠네. //

예까지 밀려 떠돌며

가까스로 피어 오른 뜻. //

밤새도록 울며 쌓여

기어이 황홀한 모습 드러냈고, //

밤 풍경

밤 사연

한 올 한 올 짜내어서 //

바람 불면 무너진다

슬픔으로 쌓은 공 //

놓칠세라

꼬옥꼬옥

끼리끼리 얼싸안네.

조태일(1941~1999)


권성훈(새사진201901~)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슬픔에도 꽃이 있는가. 슬픔이 피워내는 꽃이 있다면 밤새 잠 못 이룬 '애환의 얼굴'을 닮았으리. 그 꽃은 한 사람이 흘린 눈물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슬픔이 '삶의 현장'에서 흘린 피눈물 같은 것. 너무 아파서 그것을 '차마 슬픔이라 말'하지 못할 정도로, 침묵만이 가득한 세계의 언어가 피운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침묵의 언어는 '밤새도록 울며 쌓여' 하얗게 그 실체를 황홀하게 드러내는 '눈꽃'과 같이 '밤 풍경' 속에서 '밤 사연'을 '한 올 한 올 짜내어서' 가지 끝에 걸어둔 것. 이 꽃은 '슬픔으로 쌓은 눈물'이라서 바람 불면 무너지는 약하고 약한 한계를 가졌다. 그렇지만 힘없는 것들은 '끼리끼리' 있는 힘을 다해 서로 '놓칠세라 꼬옥꼬옥' 부둥켜안고 있는 것, 슬픔에도 피는 꽃이 있다면 그것은 이와 같은 것이니, 아픔이 다 녹을 때까지 감싸 안고 가리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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