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배상' 빗장 푼 대법… 日전범기업 응징 나선 후손들

일제강제동원 수첩
故 안주순 씨가 일본 강제 노역 당시 받았다는 38면 수첩. 현재 급여명세서 격의 수첩으로, 속 표지에는 한자로 '연강국민직업지도소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직인이 찍혀 있다. /故 안주순씨 후손 제공

탄광노동 후유증사망 故안주순씨
급여명세 담긴 수첩 '결정적 증거'
인천 피해자들 추가 손배소 준비


인천에 사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의 후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잇따라 일본 전범기업들의 강제동원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인천지역 피해자 후손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중심으로 한 추가 소송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이달 중 일본제철주식회사(옛 신일철주금), 미쓰비시 주식회사 등 일본기업을 상대로 인천지역 2건을 포함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원고는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후손들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에 각각 '강제동원 피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후 민변은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을 구성해 또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추가 소송에서는 1921년생 고(故) 안주순씨의 후손 등 인천지역 피해자들이 강제동원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안주순씨는 1942년 7월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일본 미야자키현에 있는 미쓰비시 마키미네 탄광에서 일했다고 한다.

안씨는 2년간 탄광에서 화약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다가 갱도에서 떨어진 돌에 어깨를 맞아 크게 다친 뒤 별다른 치료 없이 1944년 8월 귀국했다. 이때 당한 부상으로 안씨는 1980년 숨을 거둘 때까지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안주순씨는 일본 노역 당시 받은 현재 급여명세서와 유사한 38면짜리 노동자 수첩을 남겼다. 겉표지가 떨어진 수첩 속 두 번째 표지에는 발행인으로 추정되는 '연강, 국민직업지도소장'이라고 인쇄된 직함과 직인이 찍혀있다.

수첩 3페이지에는 안 씨 이름을 창씨개명한 安田珠淳이라는 이름과 고향을 적는 난에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장전평리 481번지를 손글씨로 적었다.

직업을 적는 5페이지 직업난에는 항내운광부(抗內運鑛夫), 취업장소는 일본 미야자키현 미쓰비시 마키미네 탄광이라고 표기했다.

수첩 36페이지 '주의(注意)' 난에는 국민노무수장법(國民勞務手帳法) 제1조에 따라 종업자(從業者)가 수첩을 관리해야 할 주의 사항을 비롯해 노동자의 연금보험 관계, 피보험자 자격, 급료, 임금 등의 문구가 인쇄돼 있어 당시 노동자들의 삶을 살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주순 씨의 아들 상진(77)씨는 "아버지는 강제동원 후 평생 잘 때도 바로 눕지 못할 정도로 후유증이 심했다"며 "아버지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고자 소송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소송을 맡을 예정인 민변 소속 서보건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강제동원 사실만 입증할 수 있다면 승소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며 "일본 정부나 기업 측이 작성한 근로자 명부에 이름이 게재된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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