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7)결혼행진곡]1858년 영국서 시작된 '딴딴 따단~'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9-04-19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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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그너·퇴장 멘델스존 작품
反유대주의자·유대인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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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결혼식에서 신부는 '딴 딴 따단~'의 음악에 맞춰 입장한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 '혼례의 합창'이다.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느낌을 준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발걸음과 어우러지면서 식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을 제공한다.

반면 예식을 마치고 신랑과 신부가 함께 행진할 때 울려 퍼지는 음악은 멘델스존의 극 부수음악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행진곡'이다.

트럼펫의 팡파르가 가미된 화려한 이 음악은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하객들의 박수와 함께 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 제격이다.

흔히들 '결혼행진곡'으로 통칭하는 두 음악이 언제부터 실제 결혼식에 쓰였을까. 시작은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공주 빅토리아 아델레이드 메리 루이즈는 1858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3세와 결혼하면서 바그너의 곡을 입장할 때, 멘델스존의 곡을 퇴장할 때 연주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후 많은 상류층 여성들이 선망의 대상이었던 황실 결혼식을 따라 하게 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빅토리아 공주는 바그너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결혼을 소재로 했지만, 성격이 상반된 두 곡을 입장과 퇴장에 알맞게 배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바그너의 '결혼행진곡'은 1850년 초연된 오페라 '로엔그린'의 3막 첫 번째 합창곡이다. 3막 전주곡을 통해 결혼식 직전의 축제 현장을 표현해내며, 전주곡의 종료 없이 이어서 '혼례의 합창'이 연주된다.

결혼식 후 비극으로 끝나는 연인의 운명을 암시하듯이 다소 어두우면서 성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아름답지만, 마냥 밝지도 않으며 너무 가볍지도 않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은 1843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극의 부수음악으로 작곡됐다. 부수음악은 요즘으로 치면 드라마나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결혼행진곡'은 5막에서 연주된다. 연인이 여러 사건에 휘말리는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해피엔딩에 맞추어 웅장하면서 밝고 희망차다.

멘델스존은 바그너보다 네 살 위였다. 바그너가 중기 작품인 '로엔그린'을 작곡했을 때 멘델스존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유대인이었던 멘델스존과 유대인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힌 반(反)유대주의자였던 바그너, 사상이나 작풍(作風) 등 모든 면에서 상반된 두 작곡가의 작품이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식에서 어우러진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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