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봉사활동은 나를 살찌우는 자양분

박종구 사진
박종구 부천시 성곡동 복지과장
아침에 눈을 뜨면 매일 같이 끔찍한 사건들이 터져 나와 뉴스를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나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하루를 우울한 기분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아 뉴스 보는 시간을 점심 이후로 일부러 미루기도 한다. "사회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하는 생각과 함께 점점 세상을 보는 눈이 비관적으로 변하게 되는 요즘, 그래도 주말이 되면 나의 마음은 한결 따뜻해진다.

눈코 뜰 새 없이 정신없는 평일이 지나고 드디어 주말이 오면 미뤄뒀던 늦잠도 자고, 침대에 누워 이불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아질 때도 있지만, 나를 기다리는 이들을 생각하면 눈이 번쩍 떠지고 몸이 저절로 일으켜진다. 나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고 침대에서 벌떡 일으키는 사람들, 바로 무료급식소 어르신들이다.

나의 첫 봉사활동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농촌의 과수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농부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봉사의 참맛을 알게 된 나는 좀 더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실질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욕심에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 장애인 시설인 자립작업장에서 빵을 만드는 봉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내 인생의 후반부는 나의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요리 학원을 다니며 한식과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무료급식소 봉사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나의 역할은 주방에서 국과 반찬 등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다.



봉사활동 초창기에 일이 익숙지 않아 식사를 만들며 가끔 실수를 했는데 그중에서 청포묵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청포묵을 뜨거운 물에 삶아 양념을 넣어 무치는데 비닐장갑 속에 면장갑을 껴야 하는 것을 모르고 비닐장갑만 끼고 일을 하면서, '이렇게 뜨거운데 다들 대단하시네' 하고 생각하며 참고 일을 했던 것이다. 결국 손등이 시뻘겋게 데여 한동안 고생을 좀 했던 '웃픈' 일화이다.

급식소가 있는 이곳 덕유마을에 사시는 분들은 연세가 드시면서 몸이 아파 병원에 다니시는 분들이 꽤 많이 있다. 어르신 중 지난 봄에 병원에 입원했다가 막 퇴원하신 분을 거리에서 만났는데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여러 곳을 다니며 먹어 봤지만 이곳 급식소에서 해주는 밥맛이 제일 좋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앞으로는 더 맛있게 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주로 주말을 이용해 참여해서 가끔은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안 나가면 마음이 불편하다. 나를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또 우리 봉사단 모 어르신중 75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봉사를 하고 베푸시는 모습에서 나도 더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렇게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면 다들 나를 아주 헌신적이고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으로 보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나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어르신들께서 맛있다며 밥 한 공기 더 달라 말씀하실 때에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을 일상생활 어디에서 느껴볼 수 있겠는가? 또 봉사자들과 같이 활동하고 경험하며 삶을 나누는 것도 이 활동의 묘미 중 하나다. 그리고 우수자원봉사자에게는 경기도내 박물관 무료입장, 공영주차장 50% 할인 등 공공시설 이용 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작년에 경기도우수자원봉사자로 선정되어 크고 작은 영광까지 누리고 있다.

나눔은 마음만 있으면 어렵지 않으니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 봉사란 자신이 여유로울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힘들고 지칠 때도 조금씩 나누고 같이 할 때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해 준 값진 시간들이다. 사회봉사활동은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친구를 사귀는데 더없이 좋다. 또한 같은 취미를 갖고 있어 봉사자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나의 공직생활도 어느덧 30년을 지나 2년여 남짓 남았다. 현재보다 더 많은 단계의 삶을 준비해야 퇴직 후 잉여시간을 좋은 곳에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종구 부천시 성곡동 복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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