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이해찬 대표의 '장기집권론'

윤인수

발행일 2019-04-2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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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정치적 함의는 文정부 지속가능성 실현
'총선목표 260석' 진보진영의 연속성 절실
現 국정기조 지속성 보수견해 배제로 '흔들'
가능성 적은 '장기집권'으로 달성할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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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위원
집권이 목적인 정치결사체인 모든 정당은 장기집권을 꿈꾼다. 정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려는 열망은 정상적이다. 그러나 민심은 웬만하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정 정치세력의 장기집권은 필연적으로 권력의 부패를 수반한다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일본 자민당의 독주와 독일 메르켈 총리의 14년 집권이 오히려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년, 100년 장기집권론을 강조할 때 여론은 그저 정당의 상식적 희망사항으로 여겨 특별하게 주목하지 않았다. 내년 총선 목표를 260석으로 밝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야당 등에서 집권여당의 오만이라며 날을 세워도 여론은 무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국정운영의 지향과 연관지어보면 이 대표의 장기집권론은 여권 내부의 절실한 목표가 된다.

박근혜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국정을 독주했다. 탄핵 공동운명체인 자유한국당의 견제는 미미했고 신경 쓸 정도도 아니었다. 오히려 지방권력 마저 송두리째 여당으로 넘어왔다. 정부여당의 정치 평원은 확대됐고 여론의 지지는 독주의 촉매가 됐다.

경제 분야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를 안착시켰다. 외교분야는 남북 공존 중심으로 재편했다. 한차례 공론조사로 원자력발전을 폐지했고, 검경의 적폐청산은 과거의 의혹들을 소환하고 있다. 대한항공 사주 가족은 멸문의 과정을 거쳐 회사 경영권을 잃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법관사회의 특정 서클 멤버들로 채웠다. 법관의 양심을 의심해서는 안되지만, 특정 서클 소속 법관들은 수시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적 지향을 공표해왔다.

정부에 대한 언론환경도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수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 반박하고 싶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 번만 의문을 달아달라.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 있어 생각을 바꾸기 어렵다"는 고별사를 남겼다. 김의겸의 지적이 보수언론에만 해당하는 것인지, 같은 언론 종사자로서 심경이 복잡해진다. 또한 여론은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향한 여론의 지지를 질문을 바꾸어 '나쁨'에서 '양호'로 변경한 여론조사업체의 수중에 있다.

문제는 국정 독주를 통해 이루어낸 각 분야의 정책기조와 권력기관 장악, 우호적인 언론환경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보수세력의 비판과 견제와 대안이 배제된 정책, 권력기관 조직, 언론환경은 정권이 바뀌면 모조리 전복될 가능성이 100%다. 혹시라도 보수세력이 다음 정권을 차지한다면 지금 세상은 뒤집어진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족보 없는 경제이론이라며 폐기할테고, 북한 중심 외교는 한·미·일 동맹외교로 유턴할 것이다. 새 대통령이 대법원, 헌법재판소를 자기 사람으로 교체하는 건 당연하다. 공영·준공영 방송사 사장이 바뀔 테고, 김어준·주진우·김제동 만큼이나 입담 좋은 보수 진행자들이 황금시간대를 꿰찰 수도 있다. 현재의 친노동 반재벌 정서도 극적으로 역전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장기집권론에 담긴 정치적 함의는 문재인 정부 국정기조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데 있다. '장기집권론', '총선 목표 260석' 주장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여도, 진보진영 국정기조의 연속성이라는 목표 자체는 절실하다.

그러나 국가목표와 국정운영의 기본적 지향은 정쟁과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생각하면 현 정부 국정기조의 지속가능성을 장기 재집권을 통해서만 실현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경제, 외교 정책은 수단을 달리 해도 여야가 기본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대법원, 헌법재판소는 정치와 독립돼야 하고, 공권력은 한결 같은 사정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현 정부 국정기조의 지속가능성은 보수의 견해를 배제해서 흔들리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 정권교체와 상관없는 국정기조를 만들어 해결할 일이지, 가능성이 희박한 장기집권을 통해 달성할 일이 아니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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