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특성화고 실태 진단·(中)]'취업 알선'에 내몰리는 교사들

업체찾아 年4만㎞ 전국 출장… '영업사원' 전락, 수업 질도 하락

신지영·배재흥 기자

발행일 2019-04-24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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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처 발굴위해 천안까지 발걸음
밀린 수업 벅차 자기계발·연수못해
업무과다로 '극단적 선택'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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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교육 현장이 멍들고 있다. 수업에 매진해야 할 교사들이 '취업 알선'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 그래픽 참조

경기도 내 한 특성화고에서 일하고 있는 고봉진(가명) 교사는 "휴대전화에 업체 전화번호가 100여개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과거 취업지도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는 그는 "(취업지도 교사에게)정해진 일과가 있다기 보다 수시로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는다. 지난 11년 동안 방학이 없었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수원을 중심으로 부천, 천안까지 (취업시킬)업체 발굴을 위해 돌아다녔다. 말 그대로 영업사원처럼 '발로 뛴다'는 표현이 딱 맞다. 보통 한 달에 출장이 20건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연료비가 저렴한 LPG로 차량을 교체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고 교사는 "선생님들을 보면 평균적으로 1년 주행거리가 4만㎞ 정도 된다. 서울~대전~수원을 오가며 출장을 다니고 돌아오면 수업이 밀려 있다. 밀린 수업을 한 번에 몰아서 하게 되면, 선생도 지치고 학생도 지치는 상황이 온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문제는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를 먼저 익히고, 학생들에게 전파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선생님이 과학기술의 변화를 맞아 자기 계발을 하거나 연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무언가를 익힐 기회가 전혀 없다보니 학교에서 퇴보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에는 수업과 취업 지도를 병행하는 과도한 업무 탓에 교사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당 20시간의 수업을 소화하며 업체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 출장을 다니던 태백의 한 특성화고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당시 출장을 나선 교사를 대신해 학생들에게 수업을 할 시간강사를 구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고, 결국 그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한 특성화고 교사 A씨는 "'도제학교' 등 정부가 특성화고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학교가 따내게 되면, 그 사업비로 시간 강사를 고용한다. 수업은 강사에게 맡기고 교사는 취업 알선에 나선다"고 전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직업계고의 44.5%가 '교사의 산업체 방문 섭외'로 실습처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사들은 학생의 현장실습과 그 후 취업을 관리하는 '추수지도'의 어려움 1순위로 '본래업무와 병행으로 업무 과다'를 꼽았다.

/신지영·배재흥 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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