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없는 땅, 꼬드겨 투기 유혹… 수원거리 나부끼는 기획부동산

손성배 기자

발행일 2019-04-25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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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지 쪼개기로 가치 없는 땅을 팔아 치우는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수원시 인계동 도로변에 경매 분양 대행, 부동산 컨설팅 회사 직원모집을 알리는 광고 전단지가 우후죽순 나붙어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경매 컨설팅회사 간판' 직원 모집
인계동·인천 주안 '피라미드 본사'
피해 양산… 사기요건 엄격해 방치


수원 인계동이 부동산 경매컨설팅 회사 간판을 내걸고 가치 없는 땅을 수천명에게 팔아넘기는 기획부동산(3월 26일자 9면 보도)의 밀집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경매회사 법인들이 수원 인계동, 인천 주안동, 서울 역삼동에 '피라미드' 본사를 두고 전국에 지사를 둬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공유인수가 20인 이상인 임야 필지는 총 1만5천295개로 면적은 3억5천164만6천199.4㎡, 공유인수는 82만5천13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공유지분 거래가 이뤄진 성남 금토동 산 73 일원(138만4천964㎡·개발제한구역)은 J·S·T(수원 인계동), K(인천 주안동), O·H(용인), W(김포 사우동) 등 경매법인 주식회사들이 주도적으로 매입해 홍보 직원과 개인 등에게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필지에 소유권이전 등기를 한 매입자는 경매회사들을 포함해 현재 3천157명이다.

앞서 해당 임야는 청계산 정상 부근으로 제3판교테크노밸리가 2~3㎞ 거리에 들어선다 해도 개발이 되지 않는다는 국토부와 성남시 등 지자체의 해석이 나온 곳이다.

피해자들은 "특정 부동산의 가치가 높다는 유명 인사 또는 강사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대출을 받아서라도 선착순으로 땅을 사야 한다고 종용해 투자했다"고 입을 모은다.

용인 영덕동에 사는 정모(47·여)씨는 "단 10평(33㎡)이라도 사두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거나 길과 맞닿아 있는 땅이라고 해놓고 알고 보면 야산 꼭대기 땅을 비싸게 팔았다"며 "최근에는 울산에서 4살짜리 딸을 둔 엄마에게 대출을 계속 받으라면서 땅을 팔아 결국 투자 실패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네이버카페 기획부동산 피해자모임(회원 1천451명) 운영자도 "대동강 물을 팔아 돈을 번 봉이 김선달처럼 부동산 경매 컨설팅 회사들이 현대인의 욕망을 자극하며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을 투자하게 만든 뒤 '나몰라라' 하는데도 수사기관에서는 사기죄의 기망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방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경매회사 관계자는 "회사는 10~20년 전통을 지니고 영업을 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 개발사업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고 투자하게 하는 적법한 영업"이라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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