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후 첫 개방 'DMZ 평화의 길'…"남북 자유롭게 왕래했으면"

고성 A·B코스 민간인 공개…해안 철책길 걸으며 통일 염원

동해안·해금강 풍광 한 눈에…"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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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인 27일 시민들이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분단 이후 처음 열린 길을 제가 먼저 밟게 돼 울컥하네요. 하루빨리 이런 철조망이 없어져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했으면 좋겠습니다."

27일 강원도 고성의 'DMZ(비무장지대) 평화의 길'을 걷던 부산시민 박상기(60)씨는 뉴스에서 이번 길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부인과 함께 방문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1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통일전망대에서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 전망대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A코스 방문객으로 선정됐고, 분단 이후 민간인은 한 번도 걸은 적 없는 해안 철책 길을 부인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었다.



정부는 '비무장지대는 곧 국민의 것이 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100주년 기념사에 따라 DMZ와 연결된 평화의 길 중 고성 구간을 이날부터 민간인에 개방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감시초소(GP) 철거 등 남북 간 군사 긴장 완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한 조치이기도 하다.

정부는 고성 구간에 이어 백마고지 전적비에서부터 DMZ 남측 철책 길을 걷는 철원 구간과 임진각에서 시작해 도라산 전망대를 경유, 철거 GP를 방문하는 파주 구간도 단계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A코스와 함께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전망대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B코스를 하루 2번씩 운영하며 해설사와 안내요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추첨을 통해 A코스 방문객으로 최종 선정된 20명은 왼쪽에는 '지뢰'라는 팻말이 붙은 저지선을, 오른쪽에는 이중 철책을 둔 모랫길을 삼삼오오 무리 지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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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인 27일 시민들이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부부나 연인도 있었지만, 엄마와 함께 온 20대 남녀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특히 이날은 유난히 날씨가 맑아 금강산 채하봉과 구선봉은 물론 해금강까지 모두 육안으로 볼 수 있었고, 방문객들은 처음 보는 동해안 풍광에 탄성을 연발했다.

이들은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연결을 약속한 '동해북부선' 철로가 아직 이어지지 않을 것을 보고 "이 철로를 달리는 기차를 타고 북한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염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 중인 철책길이 그대로 활용된 탓에 다소 황량한 풍경도 펼쳐지자 "분단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말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이날 탐방은 DMZ로 가는 관문이자 금강산 육로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남북통행 등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통문에서 정점에 달했다.

방문객들은 남방한계선 근처에 세워진 소망 트리에 '아름다운 이곳을 많은 사람이 보길 희망한다', '남북 평화의 상징 둘레길 우리가 지킵니다', '남북통일이 빨리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염원을 글씨판에 적어놓기도 했다.

이날 탐방은 통일전망대보다 2㎞가량 북측에 있는 금강산 전망대에 올라 금강산 주봉 능선과 '선녀와 나무꾼'의 배경으로 알려진 호수인 감호, 부처바위 등을 조망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박서희(30)씨는 "남북 분단 역사에 관심이 많은데 이렇게 처음 공개되는 길에 올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다"라면서 "더 많은 분이 이곳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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