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어벤져스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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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이 1년에 73일 이상 한국영화를 반드시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 쿼터제'는 늘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폐지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한국영화 붕괴를 우려한 영화인들이 길거리로 나서 삭발투쟁을 벌였다. 한국 최고의 감독 봉준호도 한때 스크린 쿼터 폐지를 반대하며 1인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괴물(1천300만)'과 '설국열차(935만)'로 스크린을 독점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한국영화 발전에 스크린 쿼터제는 큰 도움이 됐다.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두 편의 영화에 무려 2천500만명의 관객을 부른 2012년 7~9월, 한국영화 좌석 점유율은 70.4%였다. 물론 이 때문에 아픔도 있었다. 매년 평균 100편의 한국 영화가 제작되지만, 흥행작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개봉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등장한 게 '스크린 상한제'다. 우리나라처럼 특정 영화의 상영 점유율이 90%를 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전국 3천58개 스크린의 95.7%인 2천927개를 독점했다. 덕분에 개봉 첫날 134만873명의 관객을 동원해 오프닝 기록도 세웠다. 스크린 부족으로 1개 스크린에 4개 영화가 '시간 나눠먹기'를 벌였다. 이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군함도' '명량' '신과 함께' 등 천만 관객영화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며 그때는 넘어갔었다.



하지만 이번엔 예사롭지가 않다. 찬반논란이 뜨겁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2일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한 스크린 상한제를 위한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한 후, "정부가 '어벤져스 규제'로 인기 영화 상영을 제한하려 한다"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어서다. 이미 국회에는 스크린 상한제를 제도화한 4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다만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 마치 '고양이 목 방울 달기'와 같다.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영화 한 편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못하는 관련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스크린 상한제를 적용하면 특정 영화의 독점을 막고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영화인들의 속셈은 복잡하다. 한국영화가 타격을 받아 1천만 한국영화를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극장업계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어벤져스가 뭐길래, 이래저래 영화판이 시끄러워지게 됐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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