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의 한국재벌사·105]엘지-13 국내최초 지주회사체제 전환과 2차전지 세계1위

2003년 전자·화학등 49개 계열사 '위용'

이한구 기자

발행일 2019-04-30 제14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episode-img06
LG화학은 1992년부터 2차 전지사업을 시작해 20여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뒤 2013년 마침내 '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1위의 결실을 맺었다. /LG화학 제공

CI·EI 합병 '(주)LG' 신설
생명과학, 15년만에 원위치
구본무, 충전식 건전지 관심
2013년 결국 세계시장 석권
GM·볼보등 주문액 36조원

2019042901002596600127092


 

 


지주회사란 자회사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 전체에 대한 명실상부한 지배권을 가진 회사를 지칭한다.

지주회사의 종류는 순수지주회사와 혼합지주회사가 있는데, 순수지주회사는 자회사들에 대한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혼합지주회사는 자회사 관리 외에 다른 사업들을 영위하는 복합적인 성격의 기업조직이다.

지주회사는 자산총액이 1천억원 이상, 자산총액 중 자회사 주식가액합계 비율이 50% 이상 돼야 한다.

국내 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된 것은 정부가 외환위기 수습차원에서 재벌의 오너경영인에 대한 책임을 묻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위해 도입됐다.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제도를 합법화했다. 대주주는 지주회사 (주)LG의 주식만 보유해 포트폴리오 관리에만 주력하고, 자회사는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으로 개별 사업에 전념하는 틀을 만든 것이다.

>> 재벌지배구조 개혁작업


그동안 한국 대기업 오너경영인들은 극히 적은 주식지분으로 다수의 계열사들을 지배하고자 순환출자 등을 이용해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상호지급보증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채무경영이 가능했던 탓이다.

정부의 재벌지배구조 개혁작업에 가장 먼저 호응한 대기업집단은 LG그룹이었다.

LG그룹은 2003년 3월 1일 국내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LG화학을 지주회사인 LGCI와 사업자회사인 LG화학과 LG생활건강으로 분리하고, LG전자는 지주회사인 LGEI와 사업자회사인 LG전자로 분할한 후 LGCI와 LGEI를 합병한 통합지주회사 ㈜LG를 새로 만든 것이다.

(주)LG는 LG전자와 LG화학 등 49개의 계열사들을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로 거느리게 됐다.

LG가 용이하게 지주회사로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다른 재벌들과 달리 계열사들 간 순환출자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외환위기 때 시가총액이 크게 낮아져 자회사의 주식 매입도 용이해진 때문이었다.

LG는 차세대 먹거리인 생명공학에 공을 들였는데 LG는 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2002년 바이오사업을 총괄하는 LG생명과학을 설립했다.

2003년에는 국산 신약 최초로 '팩티브'를 미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바이오, 동물, 진단의약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분사 15년만인 2016년 9월 LG생명과학을 LG화학의 사업부로 원위치했다. LG는 그 이유로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의 최대치적 중의 하나는 '2차 전지'다. LG화학의 2차 전지사업은 구 회장이 연구개발을 제안한 1992년 이후 20여 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LG의 주력 사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반 건전지를 1차 전지, 충전을 통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건전지를 2차 전지(rechargeable battery)라 부른다.

2차 전지는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 캠코더 등 모바일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의 핵심소재로서 부가가치가 높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와 함께 21세기 '3대 전자부품'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2차 전지 종주국은 일본으로 1980년대 초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2차 전지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웠다.

>> 새로운 먹거리 '전지사업'


국내에서 2차 전지사업에 최초로 손을 댄 기업은 LG화학이다. 1992년 당시 구본무 부회장은 영국 출장길에서 우연히 충전식 건전지를 접했다.

구 부회장은 전지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판단하고 귀국길에 충전식 건전지 샘플을 가져와 계열사이던 럭키금속에 연구개발을 주문했다. 수년간 투자했음에도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시제품이 나오는 데만 5년이 소요될 만큼 개발이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2천억원 이상 적자를 내기도 했다.

사내에서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보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구 회장의 투자는 사업착수 20년만인 2013년에 결실을 보았다. 국제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LG화학을 세계 1위 기업으로 평가한 것이다.

LG화학은 수주물량 포함 세계 1위다. GM, 포드, 볼보 등 전 세계에서 받은 주문액만 36조원에 이른다.

LG화학은 한국의 오창과 미국 홀랜드, 중국 난징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 종주국인 유럽에 교두보를 확보하고자 2017년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 인근에 축구장 5배 크기(4만1천300㎡)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는 2차 전지가 LG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


이한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