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민들레꽃

권성훈

발행일 2019-04-30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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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조지훈(1920~1968)


권성훈(새사진201901~)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4월에 개화하는 민들레는 국화과 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누군가 보살펴 주지 않았는데도, 작고 여린 몸으로 외로움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를 보면 가슴 속 애처로움으로 남아 버린 사람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이 그리움은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사랑을 표상하는 것으로서 민들레가 소환된 것이며,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당신을 찾아온 것. 말하자면 당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한마디 사랑한다는 말'이 거기에 잊지 못하고 피어있는 것. 그렇다면 그 말만큼은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아 위로가 되는 것이니, 진정한 사랑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대상을 파수꾼처럼 지키면서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민들레 홀씨와 같이 멀리 날아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바라보는 것. 따라서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듯이 '사랑이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켜봐 주는 것'으로 존재해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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