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교회장 선거일기

한채윤

발행일 2019-05-22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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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패했지만 앞으로 겪게 될
국회의원·대통령 선거때
지키지 못할 선심성 공약 남발
출마때만 달콤하게 포장하는 후보
걸러낼 수 있는 지혜로움 얻어


사진(수원시영통구_한채윤) (1)
한채윤 수원 영덕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칠 무렵에 도전했던 전교회장 선거에 대한 경험담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후보등록 및 기호추첨(2017년 12월 7일) : 후보등록 요건인 친구 20명의 추천을 받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생의 친구, 친구의 친구들의 반을 다니며 서명을 받아 무사히 후보등록을 마쳤다. 방과 후에는 후보기호를 뽑았는데 4번을 뽑은 것이 왠지 불길했다.

선거운동원 모집(12월 8일) : 성격이 활발하고 인맥이 넓은 친구들 5명을 선거운동원으로 뽑았다. 하지만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선거운동원 중 한 명이 다른 후보의 선거운동원에게 "이거 먹을래?"라고 한 것을 다른 후보가 부정선거운동이라며 선생님께 말을 한 것이다. 다행히 선생님께서는 아직 선거운동 시작 전이라서 괜찮다고 하셨지만, 기분이 상한 운동원이 선거운동을 안 하겠다는 것을 겨우겨우 달랬다.

선거운동 시작(12월 11일) : 산타클로스 콘셉트로 루돌프 머리띠·산타모자·빨간색 망토 등을 입고, 등하교시간과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 쉬지도 못하고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나도 힘들고 친구들도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후보연설/투표(12월 18일) : 강당에서 모든 후보들이 모여 연설을 했다. 내 공약은 금전적인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빼고, 봉사활동, 학교운영 방법 개선 등에 대한 것이었다. 다른 반 후보는 점심시간에 학생 식당에 가요를 틀어주겠다는 등 내가 보기에는 실천하기 어려울 것 같은 공약들을 남발했다. 후보들의 공약 발표가 끝나고 투표가 이뤄졌다.

당선자발표(12월 19일) : 전교회장은 터무니없는 공약을 남발한 후보가 됐다. 내심 나도 그럴 걸이라는 후회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선거가 끝난 뒤 부모님께서는 초등학교 회장선거가 어른들이 하는 공직선거와 많이 닮았다고 말씀하시며 이런 과정을 겪은 것이 나에게는 값진 경험이 될 거라 하셨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선거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도서관에서 책도 찾아보니 내가 겪은 전교회장 선거와 공직선거는 비슷한 방식으로 치러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교회장 선거는 전교생이 한 사람당 한 장의 투표용지를 기표소에 가지고 들어가서 투표를 하고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게 투표지를 접어 투표함에 넣는데, 이 과정이 우리나라 공직선거의 보통·평등·직접·비밀 4가지 기본원칙과 같았다.

또 우리 집 앞에 있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건물 벽을 보면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내 생각에는 이 문구의 뜻은 예쁘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햇빛, 물, 거름이 필요하듯이 안목 있는 유권자, 약속을 지키는 후보, 공정한 선거제도가 잘 어우러지면 우리나라가 살기 편하고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선거에서는 패했지만, 나는 앞으로 겪게 될 학교 선거와 어른이 되면 겪게 될 국회의원·대통령 선거 때 지키지 못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 평소에는 안 그러면서 선거 때만 달콤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후보들을 걸러낼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이를 위해 앞으로 학교공부도 열심히 하고 신문이나 뉴스,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나와 내 친구들이 학생 때부터 지혜로운 유권자가 된다면 우리 반, 우리 학교, 나아가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할 좋은 후보를 잘 뽑을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행복한 우리 반, 우리 학교, 우리나라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한채윤 수원 영덕중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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