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교서 500m 떨어진 남산 왕릉급 고분은 진덕여왕릉"

박홍국 위덕대박물관장 주장…"약수곡에도 신라 왕릉급 무덤 있어"
신라 천년 왕성인 경주 월성(月城) 서편 월정교에서 남쪽으로 약 50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지름 약 16∼20m의 남산 고분이 신라 제28대 임금인 진덕여왕(재위 647∼654) 무덤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이 고분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04년 발간한 '경주 남산 정밀학술조사 보고서'에는 삼국시대에 축조한 '식혜곡 고분'으로 기술됐으나, 이후 체계적인 보호와 관리를 받지 못했다.

불교고고학을 전공한 박홍국 위덕대박물관장은 신라사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신라사학보' 최신호에 게재한 글 '경주 남산 약수곡과 도당산 서북록(西北麓)의 왕릉급 단독 고분'에서 그동안 학계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한 지름 15m 안팎의 신라 고분 2기를 소개했다.



박 관장은 특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식혜곡 고분'이라고 지칭한 무덤을 '도당산 서북록 고분'이라고 명명하고, 이 무덤이 진덕여왕릉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도당산은 신라 월성에서 보자면 남천 너머에 있는 남산의 끝부분에 해당한다. 고분은 울창한 나무들이 봉분을 뒤덮고 있어 일반인의 눈에는 무덤으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 연구소는 이 무덤에 대해 "도당산 토성 북서편에 위치한다. 직경 약 15.0m·잔존 높이 4.5m인 봉토분으로 도굴 흔적이 남아 있다. 고분 구조는 횡혈식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 돌방무덤)으로 추정된다"고 기록했다.

박 관장은 오요택 화랑문화재연구원 조사과장의 도움을 얻어 고분을 측량했다. 무덤 형태는 타원형으로, 긴 지름이 19.8m이고 짧은 지름이 16.1m로 계측됐다. 높이는 약 6.5m이다.

그는 "봉분 꼭대기에 오르면 월정교와 월성 서쪽 부분이 한눈에 들어와 단번에 위치가 비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아마 월성에서도 이 무덤이 또렷이 보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상부와 서쪽 측면 상부에서 각각 도굴 흔적이 확인되는데, 석실이 높고 큰 무덤일 가능성이 있다"며 "무덤 둘레에 쌓은 돌인 호석(護石)이 발견되지 않는 점으로 미뤄 조성 당시에는 무덤이 더 컸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경주 남산은 입자가 굵고 점성이 약한 마사토와 화강암이 많아 흙이 쉽사리 유실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나마 도당산 고분은 수령 20∼30년 정도의 소나무와 잡목이 자라고 있어 봉분이 남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도당산 고분의 규모를 파악한 박 관장은 경주 남산에 존재하는 이른바 신라 '전칭왕릉'(傳稱王陵·임금이 묻혔다고 전하는 무덤)이 8기가 있는데, 이 고분들은 지름이 대략 12∼20m이고 봉분 높이가 3.3∼5.2m라는 점에서 '도당산 고분'도 왕릉급 무덤이 확실시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박 관장이 도당산 고분을 진덕여왕릉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일단 현재 진덕여왕릉으로 알려진 경주 도심 북쪽 현곡면 무덤에 대해 "8세기 중반 이후 나타나는 십이지신상이 있다는 점에서 진덕여왕 무덤이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나오는 진덕여왕을 '사량부(沙梁部)에 장사지냈다'는 기록에 주목했다. 신라시대 사로(斯盧) 6부 가운데 하나인 사량부는 경주 남천 남쪽의 서남산 일대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박 관장은 "진덕여왕 선대 임금인 선덕여왕의 무덤 지름이 약 23m라는 점을 고려하면 진덕여왕릉도 지름 20m 정도의 단독 고분이었을 확률이 높다"면서 "남산 전칭왕릉 가운데 과거 사량부에 속한 지름 15m 이상의 단독 고분은 전(傳) 일성왕릉과 도당산 고분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 일성왕릉은 '해목령에 장사지냈다'는 경애왕릉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므로, 진덕여왕릉 봉분이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 도당산 고분만 남는다"며 "도당산 고분 서쪽 250m 거리에는 7세기 전반에 창건된 것으로 판단되는 천관사 터가 있는데, 이 절에서 도당산 고분과 관련한 불사를 봉행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박 관장은 도당산 고분 외에도 남산 약수곡 등산로 출발 지점에서 약 300m 정도 걸어가면 닿는 무덤도 왕릉급 고분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고분은 지름이 15.8∼16.4m이고, 봉분 높이는 약 4m다. 중앙부가 1m 정도 함몰됐으며, 봉분 위로 등산객이 다니는 통행로가 나 있다.

그는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약수곡 고분군'이라고 표기했으나, 단독 고분이 맞는 듯하다"며 "산기슭이 아니라 능선 끝부분에 있고, 고분 앞쪽 평지가 협소하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박 관장은 두 무덤에 대해 "정밀발굴을 하면 무덤 축조 방법과 시기, 석실 내부 형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성과가 나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전칭왕릉 외에도 보호·관리되지 않는 지름 15∼20m짜리 고분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며 "선도산 서남쪽 줄기에 있는 장산과 김유신묘가 있는 송화산에도 지름 20m급 고분이 포함된 무덤떼가 형성됐는데, 보다 정확한 신라왕릉 연구를 위해서는 이 무덤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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