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도권정비계획법과 지평막걸리의 눈물

조규수

발행일 2019-05-13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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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특산물 불구 춘천에 공장신설
시설규모 제한 규제로 '아이러니'
불합리한 정책 반드시 없애고
지역경제 살리는 향토기업 육성
지자체 스스로 살길 개척해 나가야


조규수 담당관
조규수 양평군 기획예산담당관
막걸리 애주가들이 첫손으로 꼽는 '지평막걸리'는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서 태어났다. 오랜 세월 양평의 특산물로 명성을 떨치며 점점 찾는 이가 늘어나 최근 제조공장을 크게 새로 지었다. 그런데 새 공장이 세워진 곳은 본디의 고향인 '지평'이 아니라 물설고 낯선 강원도 춘천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시설은 세울 수 없는, 양평을 꽁꽁 옭아맨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위시한 낡은 규제와 법령 탓이다. 지역주민의 사랑과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동네 구멍가게에서 출발해서 전국규모의 생산업체로 성장했지만 지역주민은 일자리를 잃고 지자체는 주요 경제기반을 잃는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평막걸리'와 유사한 경우는 양평에 한둘이 아니다. 성공한 향토기업은 결국 고향을 떠나야 하는 게 양평의 현실이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규모의 기업신설은 아예 원천봉쇄다. 제갈공명, 스티브 잡스가 환생한들 무슨 수로 양평의 지역경제를 살려낼 것이며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반면, 양평의 바로 옆 동네, 원주·홍천·횡성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보장되며 국가로부터 적극 지원 육성되고 있다. 거기나 양평이나 '물'은 다 남한강·북한강으로 흘러드는데 양평은 두 손 두 발 다 묶여 있고, 지도에 죽 그어놓은 수도권정비계획법 경계선 밖에 놓인 지역들은 훨훨 날아다녀도 된다는 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양평이 수도권정비계획법 울타리 안에 놓일 만큼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면 억울하지나 않지, 인구 천만이 훌쩍 넘는 서울보다 1.4배 넓은 면적에 달랑 인구 12만이 채 안 된다. 무늬만 수도권이지 실상은 원주·홍천·횡성보다 훨씬 시골이다. 훨씬 시골인데 양평군민 누구도 원치 않는 '수도권'이라는 가시왕관을 쓰고 있다. 벗을 수 없는 가시왕관에 찔리고 짓눌린 곳마다 아픔과 원망만이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4월 18일 정부에 김포시, 파주시 등 접경지역 6개 시군과 농산어촌지역인 양평군, 가평군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에서 제외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는 앞서 정부가 '제12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1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항목을 다르게 적용하겠다고 밝히며 경기 동북부지역을 비수도권으로 분류한 만큼,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에서도 제외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이다. 정부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신기술·신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네거티브 규제, 규제 샌드박스 등을 일소하는 혁신적인 규제완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1980년대에 만들어진 시대착오적인 불합리한 중첩규제도 반드시 이번에 없애달라는 게 양평의 소원이다.

시대착오적 규제정책의 폐해는 양평뿐 아니라 팔당수계 전 지역 강변이 웅변하고 있다. 대형시설은 대형오염원으로만 낙인찍는 근시안적 시각이 소규모시설만 허가하는 관련법을 낳았고 기형적 관련법은 강변에 다닥다닥 소규모 업소만 줄지어 서게 만들었다. 지역경제를 이끌 만한 대형업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100개의 오염원을 천개, 만개의 오염원으로 분산시켜 환경관리에 수십, 수백 배의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

이제는 자율에 맡겨도 충분한 시대이다.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자기 지역의 큰 그림을 재주껏 그리게 하고 실현해나가도록 길을 터줘야 할 시대이다. 지방마다 자유롭게 향토기업을 육성하고, 지역만의 특성을 강화해 외부기업을 유치해서 자기 살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할 시대이다.

양평을 칭칭 옭아맨 낡은 규제와 법령이 하루빨리 풀려 양평이 공명정대한 여건 하에서 전국의 지자체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국가 균형발전의 일원이 되기를 염원한다.

/조규수 양평군 기획예산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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