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

[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9)환상교향곡]사랑과 죽음 묘사, 첫 내러티브 교향곡

베를리오즈 경험 담아낸 출세작
비극적 내용처럼 10년만에 이혼
2019050201000232300010011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1803~1869)의 출세작 '환상교향곡'이 1830년 파리에서 초연됐다.

'환상교향곡'의 초연은 한 시대를 풍미한 음악 전통(고전주의)을 대체하는 새로운 사조(낭만주의)의 등장을 알리는 것이었다.



1824년 발표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이후 가장 놀라운 작품으로 꼽히는 '환상교향곡'에서 베를리오즈는 예술가의 사랑과 죽음을 묘사했다.

그가 사용한 전대미문의 다채로운 관현악법과 교향곡에 처음으로 시도한 내러티브(이야기) 구조는 후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의대생의 길을 걷다가 독학으로 작곡을 공부했으며, 끝내 의사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20대 중반 파리음악원에 입학한 베를리오즈는 유럽 최고의 배우로 주가를 올리던 해리에트 스미드슨을 짝사랑하게 되었다.

런던 셰익스피어 극단의 파리공연을 본 베를리오즈가 무대에 선 스미드슨에 반한 것이다.

20대 청년의 어설픈 구애는 결국 실패했고, 베를리오즈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5악장으로 구성된 '환상교향곡'을 작곡했다.

작품은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그린 1악장을 시작으로, 무도회에서 다시 마주친 그녀(2악장), 마음을 달래려 산책에 나섰으나 그녀의 모습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3악장으로 중반부까지 구성됐다.

4악장에선 환각에 빠져 그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사형당하며, 5악장은 마녀였던 그녀가 자신의 죽음을 조장한 것이며 비웃는다는 내용이다.

'환상교향곡'의 완성을 앞두고 베를리오즈의 인생에 반전이 일어났다. 프랑스 정부가 유망한 젊은 음악가에게 수여하는 '로마 대상'의 1830년 수상자로 베를리오즈를 선정한 것이다.

네 번의 도전 끝에 선정된 베를리오즈는 5년 동안 3천프랑의 장학금을 받고 이탈리아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학생이 됐다.

'환상교향곡'의 초연 이후 작곡가로서 인정받은 베를리오즈는 우여곡절 끝에 스미드슨과 1833년 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10년 만에 이혼하고 말았다. 작품 속에서 죽여버린 사람과 끝까지 사랑하기는 힘들었을까?

'환상교향곡'은 독보적인 명연주가 남아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의 지휘자 샤를 뮌시가 보스턴 교향악단을 이끌고 녹음한 음반(1954년·RCA)은 스테레오 도입기에 탄생했다.

60여년이 흘렀지만 지금 들어도 사운드의 매력은 여전하다.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연한 곡 해석이 돋보인다. 이 낭만주의 교향곡의 걸작을 경험해 보자.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경인일보 포토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김영준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