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어버이 은혜는 한이 없어라

주한돈

발행일 2019-05-09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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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시대' 프로그램 다양 불구
'부모와 함께' 알짜팁 소개 드물어
매달 용돈으로 '효도한다'고 착각
'시기 놓치지말라'는 말 직장·삶 국한
'성공 기회'만을 위한것 분명 아닐것


주한돈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주한돈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지역본부장
가족의 달이다. 그 소중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평소 일상에 쫓겨 정신없이 지내다가 '어린이날 선물추천', '어버이날 선물추천'이 쇼핑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는 5월이 되면, 연달아 오는 휴일과 기념일에 다시금 한 번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요즘 조직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화두이다. 예전 가장의 짐을 짊어지고 회사에 반평생을 바치던 아버지의 세대는 가고, 그런 아버지의 삶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세대가 왔다.

일을 집중해서 근무시간 안에 끝내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려는 많은 노력과 팁이 인터넷에 가득하다. 자녀들과의 시간이 부족한 아버지의 육아, 싱글 직장인들을 위한 전문취미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워라밸을 느끼러 가족여행을 간다, 워라밸을 이루고 가족과 행복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다, 워라밸 가족 프로그램 패키지 등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이 워라밸의 시대에 부모와의 시간을 보내는 알짜 팁을 소개하는 곳은 보기 드물다.

예전 어느 TV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중환자실 어머니의 마지막을 준비하라는 담당 의사의 말에 하루 두 번 있는 면회를 기다리면서 갑자기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첩을 열어보니 몇 천장의 자녀 사진 가운데 어머니 사진이 딱 두 장뿐인 걸 알고 너무 큰 회한이 들어 의식도 없는 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분신과도 같은 핸드폰을 열어보니 나 또한 직장, 내 인생계획, 그리고 자녀를 포함한 가족계획들로 가득 차 있다.

불교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보면, 부모의 은혜는 한량없이 커서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에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를 업고 가죽이 닳아서 뼈가 드러나고 골수에 이르도록 수미산을 백천 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고 한다.

시대가 변해 나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까지를 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던 때에서 이젠 부모조차 나의 개별적 삶과는 별개의 개체라고 생각하는 세대까지 '가족'의 인식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나 또한 기성세대로서 갚고 살 길 없는 은혜를 부양의 의무쯤으로 치부하며, 매달 드리는 부끄러운 용돈으로 남들보다 효도한 듯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식생각을 하면 태어날 때부터 사춘기, 대학입학, 취직, 앞으로 다가올 결혼, 그 이후까지 본인 못지않은 애틋한 걱정과 염려로 모든 것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쉽게 그 굴레를 벗을 수 없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다.

이렇게 나도 어느새 그 누구의 부모가 되어있다. 나 또한 자식이 나에게 어떤 은혜 갚아주기를 바란 적도 없고 그저 자식 잘되고 행복하기만 바랄 뿐이다. 그뿐인가, 자식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겠다고 결심하며 보낸 내 인생 반의 일상. 자식에게 폐 끼치지 않는 노후를 만들어야겠다는 인생계획. 그렇게 인생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인류는 산업혁신, 효과적 자원분배 등 난무하는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는 이 한없는 내리사랑으로 생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풍수지탄(風樹之歎)! 중병이 들거나 돌아가신 후에 후회하게 되는 이 미련한 인류의 행위는 또 언제까지 무한히 반복될 것인지!

'그 시기를 놓치지 말라'라는 말은 직장에서, 삶에서 성공의 기회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또다시 어버이날을 맞아 연례행사처럼 부모님을 챙겨드리는 이 불효 자식이, 어느덧 다 자란 아이들을 바라보며 눈을 감고 말을 삼킨다.

"어버이 은혜는 한이 없어라."

/주한돈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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