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전 행정착오' 땅 잃고 소송비 떠안은 주민

평택 미군기지 인근 땅 '중복등기'
지방세만 환급 받고 재산권 잃어
건축허가 나며 정정 여지 사라져
법원도 책임 안가려 배상 못 받아


"수십년간 세금을 꼬박 꼬박 납부했는데, 소유권이 없다니요?"

주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평택 소재)와 인접한 임야를 1992년 8월 매입해 20여년간 재산세를 내온 정기수(66·수원 거주)씨는 평택시로부터 5년치 세금을 '강제' 환급 받고 현 시가 1억원짜리 땅을 빼앗겼다.



정씨가 소유했던 평택 팽성읍 근내리 산 64의7 임야(198㎡)에 근내리 209(6천6㎡)가 덧씌워져 중복으로 등기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198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평택농지개량조합은 옛 평택군 근내리 일대 46만7천533㎡에서 경지정리사업을 시행했다.

사업이 완료된 뒤 평택군수는 1982년 8월 사업구역 내 환지(원 소유주에게 재배분하는 땅) 전 구획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를 폐쇄하고 새로 편성했는데, 이때 정씨가 소유했던 땅이 누락 됐다.

경지정리를 하면서 근내리 209 일대는 하나의 큰 덩어리 땅이 됐지만, 정씨의 부동산이 길쭉하게 209의 19를 지나가면서 기형적인 모양으로 남았다.

이 같은 사실은 2015년 하반기 해당 토지 위에 미군 렌탈하우스(영외숙소) 17채를 짓는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드러났다.

해당 사업을 허가한 평택시는 2016년 2월 정씨 소유의 부동산 임야 대장에 등록사항 정정대상 토지라는 문구를 기입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31일 정씨가 5년간 냈던 재산세 43만4천130원을 환급했다.

그러나 정씨의 중복 등기 문제 제기 전까지 평택시가 부동산 등기가 살아있다는 안내를 사실상 하지 않았고 시에서 등록사항을 정정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이후 건축허가가 나면서 바로 잡을 여지도 사라졌다.

정씨는 2017년 1월 법원에 민사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까지 현재 시점에선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정했고 그 결과 2천700만원의 소송비까지 떠안게 됐다.

정씨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는 판결"이라며 "매년 세금을 다 냈는데, 행정당국이 이를 바로 잡지 못하고 땅까지 빼앗아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과거 경지 정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점은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영래·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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