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북교류협력사업의 지방자치단체 역할/전철 경기도 남북교류협력팀장

경인일보

입력 2019-05-12 13: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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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경기도 남북교류협력팀장
문재인 정부 들어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회담을 연이어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국민들은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남북관계를 둘러싼 여건이 그때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희망이 전혀 없다기보다는 조금 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시간이 늦춰졌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아직도 지방자치단체가 대북사업을 왜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통일·외교는 기본적으로 국가사무이며, 특히 속임수에 능하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채널을 단일화하는 것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이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반면, 북한을 공존의 대상, 협력의 대상, 기회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에게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안보의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정부의 대북정책과 달리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평화의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은 안보의 대상인 동시에 공존과 협력의 대상이다. 과거 참혹한 6·25전쟁의 기억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딜레마로 다가온다. 

이처럼 이중적 성격의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성격만이 진실인 듯 몰아붙이는 태도는 비현실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며, 국가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가이익 차원에서 북한이 가진 각각의 성격을 동시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안보는 중앙정부가 남북교류협력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는 북·미 관계, 미·중 관계, 남북 관계, 여론 등 내·외부적 변수에 민감하다. 정부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하는 눈이 많다. 반면 지자체는(물론 내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한반도의 군사·외교적 갈등으로 정부가 움직이기 힘들 때, 지자체의 남북교류는 한반도의 갈등을 완화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지자체 차원에서 남북관계는 도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수이다. 특히 경기도와 같은 접경지역일수록 평화로운 남북관계가 도민 삶의 질을 높인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당연히 경기도는 도민들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남북 접경지역 질병 예방, 인도적 지원, 북한 관광자원과 연계한 도내 관광사업 발굴, 한강하구 공동이용, 이질성 극복을 위한 남북 문화교류, 도내 기업들의 북한진출을 위한 평화기반 조성 등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사업이 도민의 삶과 연계돼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은 기존 남북 정상의 합의서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를 중요한 남북교류협력의 주체로 언급했다. 남북교류협력에 있어 지자체의 자율성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자체의 위상 강화는 불가역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분권 강화라는 한국사회 내부의 변화와 같이 생각했을 때,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중요한 지자체의 업무로 인식돼야 한다. 

물론 이 같은 논의의 전제는 지자체 스스로 도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남북교류협력을 구상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호전적인 관계개선을 통해 남과 북이 서로 소통하고, 상시 교류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전철 경기도 남북교류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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