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낙화

권성훈

발행일 2019-05-14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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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봄 한철 / 격정을 인내한 /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

지금은 가야 할 때. //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 머지않아 열매 맺는 /

가을을 향하여 /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

헤어지자. /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

나의 사랑, 나의 결별, /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1933~2005)

권성훈(새사진201901~)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영원한 것이 없다는 말은 영원한 것이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의 염원에서 기원한다. 헤어짐의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기에 미련으로 남아 다른 누구를 만나게 되면, 경험칙상 벌써부터 헤어짐을 걱정하게 되는 것. 우리에게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잘 헤어지는 법'이 아닌가. 그것은 소중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과의 만남이 끝나더라도 그 기억 속에 영원히 남게 되는 것같이. 헤어짐의 아픔은 잠시이지만 만남의 즐거움은 영원한 시공간에 있는 것같이, 잘 헤어지는 법이야말로 영원한 것이 있다는 것의 역설로 교환된다. 가야 할 때를 알고 떨어지는 한 잎의 꽃처럼 그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의 사랑'에게 그러하다면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이 되고,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나의 사랑, 나의 결별'로 인하여 '내 영혼의 슬픈 눈'에 "영원의 열매"가 맺힐지니, 안녕.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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